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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최근 성남시에 구시가지 2단계 주택재개발 4개 지구(중동1, 금광1, 신흥2, 수진2)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LH는 해당 재개발구역 주민들의 과도한 비용부담 요구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120조원에 육박하는 LH의 과도한 부채도 '사업성 없는 사업'을 접는 한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LH는 전국 138개 신규 사업장 가운데에서도 사업 추가 철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LH와 성남시의 개발전쟁은 근원적으로 보면 무엇보다 양 기관의 '신의'가 깨진데서 시작한다.
포문은 성남시가 열었다. 성남시는 LH의 재개발 사업 철회가 발표되기 2주 전인 이 달 12일 판교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LH와 국토해양부 등에 내야 할 5200억원을 단기에 갚을 수 없다는 '지급유예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와 LH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정도의 곤궁이 아닌데도 '엄살'을 편다며 강력 반발했고, 이에 대해 성남시와 국토부·LH사이에는 날선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물론 LH는 지금의 성남시 재개발 포기 선언이 성남시의 모라토리움과는 상관이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남시의 선공(先攻)에 LH가 반격을 취했다는 게 국민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이 같은 양 기관의 '신의 상실'은 성남시가 우선한 느낌이 크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말들을 유난히 많이 쏟아냈다.
재수 끝에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시장의 당선 후 첫 일갈은 뜬금없는 '호화청사 매각'이었다. 당시 이 시장은 여수지구에 새롭게 짓고 있는 신청사를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매각하면 최대 8000억원을 받아 시 재정난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체 청사는 시 외곽에 지어 5000억원 가량을 남겨 교육과 복지 예산으로 사용하겠다는 게 이 시장이 밝힌 구체적인 호화청사 매각 계획이다.
'호화청사' 건설자금으로 투입된 32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하지만 처음부터 가당치도 않은 계획이었다.
호화청사가 들어선 여수지구는 현재 택지지구 사업이 끝나지가 않아 성남시가 팔 수 있는 형편도 아니며, 부지는 완전히 매입한 입장도 아니다. 그리고 공공청사용지를 시장이 '팔아서 시 살림에 보태쓴다'는 이유 만으로 토지이용계획을 바꾸는 것도 황당한 복안이다.
이 시장이 선언한 모라토리움도 포퓰리즘이 강하게 묻어난 단어 선택이다. 헌정이 시작되고, 각 지자체에서 관선시장이 일을 하기 시작한지 70년이 다돼가고, 민선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없었던 일을, 그것도 '모라토리움'이라는 단어까지 찾아내 사용한 이 시장의 의도는 다분히 정치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LH 역시 경쟁이나 하듯 구도심 재개발 중단으로 응수한 것도 이 시장의 가장 아픈 데를 겨눈 포퓰리즘성 발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 시장이 6.2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지지층이 대거 밀집한 수정구 일대에 대해 빠른 재개발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고급 주택 개발 방침 포기는 단지 밑반찬에 불과하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뉴타운과 청계천 복원으로 '재미'를 본 뒤 지역 개발을 선거에 활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를 당선 만이 아닌 정치적 입지 강화에 사용하는 개발 포퓰리즘은 이렇게 위험하다. 이렇게 깨진 신의는 쉽게 회복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정치인들 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민선 지자체 전역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8일에는 이번엔 광명시장이 광명시흥지구 개발에 시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야흐로 개발 포퓰리즘은 본격 점화했다. 지자체는 이의 한계성을 깨달아야 하고, 국토해양부 등 정부도 지자체를 개발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