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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정 시대에 시작해 제정시대까지, 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집정관에서 황제로 이어진 이 전통은 우민 정책의 표본으로 지적되며, 최근에는 이른바 3S(Sports, Screen, Sex)정책과도 그 맥을 함께 나누는 게 바로 빵과 서커스다.
하지만 로마시대의 서커스와 현대의 서커스에는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로마의 서커스는 위정자인 원로원 의원이나 황제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탕으로 자신의 자산을 출연한 것이고, 현대의 서커스는 혈세(血稅)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것이 국세든 지방세든 말이다.
호화 청사 건립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성남시가 지자체 사상 최초로 모라토리움을 신청했다. 12일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기반 시설 조정을 위해 빌려 쓴 특별회계 5200억원을 당분간 갚지 못하겠다는 지불유예 선언을 한 것이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선 지자체장 시대가 열리면서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전시행정을 펴고 있다. 이른바 서커스의 지자체판 재현이다.
엄밀히 말하면 호화 청사는 서커스의 축에도 못 끼는 졸렬한 방식이다. 멋지고 그럴듯한 청사를 짓게 되면 지자체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것이 민선 지자체장들이다.
하지만 호화 청사로 인한 수익은 그 안에서 일하는 지자체장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두 누리며, 이로 인한 비용은 모두 시민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걸핏하면 호화청사가 언론의 지탄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줌도 안되는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위상 강화를 위해 혈세가 낭비되는 게 호화청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판교특별회계를 갚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자는 결국 시민들의 혈세로 막아야하며, 주차위반 과태료로 막아야 할 것이다.
이쯤이면 호화청사는 서커스의 차원을 넘어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신임 시장이 전임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시장의 과오를 부각시켜 혹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재정난을 전임 시장에게 전가하고, 아울러 지방채 발행 승인권자인 행정안전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해석해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 이전에 호화청사라는 시민들의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서커스를 보이고 있는 지자체들에게 엄준히 그 책임을 물을 때다.
부자 도시인 성남시의 모라토리움은 역시 호화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용산구를 비롯, 경기 용인시 등에게도 자유롭지 못하다. 또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인천광역시 역시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곪은 상처는 더 곪기 전에 터뜨려야 한다. 8년에 걸친 지방정권 독점이 부른 호화청사라는 서커스는 이제 철저히 재검증을 받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