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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금들은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20조원 가량이 들어왔듯 수익 기회가 생기면 일시적으로 쏠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 자금이 어디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국내 경제와 시장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올해로 창간 7주년을 맞이한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 뉴스핌(www.newspim.com)은 이들 단기부동자금이 향후 어디로 갈 것인지를 짚어보는 동시에 증권사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자산운용전략, 추천 상품 등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양섭 기자] "개인별로 최대 55억원까지 청약할 수 있는데 한 가족 4명 명의로 220억원을 들고 오셨어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마감일이었던 지난 4일 대표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이 전한 얘기다. 20조원 가량이 몰린 것은 이처럼 뭉칫돈이 대거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자금이 이슈로 떠올랐다. 은행 증권 등 금융권은 이 자금을 유치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2월말 현재 614조3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부동자금에는 현금통화와 수시입출식 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이 포함된다.
단기부동자금은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10월 500조원을 넘어서고 1년만인 지난해 10월 600조원을 돌파했다. 5개월째 6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인 MMF와 CMA가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MMF 설정잔액은 79조62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7조93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말 71조원대에서 올해 1월말 68조원대로 잠시 주춤했지만 3월 중순 이후 줄곧 80조원을 웃돌았다.
CMA 잔액 역시 지난해 말 38조2337억 원에서 40조 3533억원으로 약 2조1000억원 늘어났다.
CMA와 MMF 잔액은 지난달말 이후 5조원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줄어든 잔액의 상당부분이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올해 들어 주식형펀드에서 8조8천여억원이 빠져나갔다. 3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잔액은 117조4411억원이다.
4월 한달동안 국내 주식펀드에서는 3조9768억원, 해외 주식펀드에서는 1조1144억원이 순유출됐다. 월간 단위로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6년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유출폭이다.
펀드 환매 자금중 상당수는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에 나섰던 은행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월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415조원으로 1,2월 두달간 37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고금리 특판예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3월 은행권 수신은 16조원 가량 줄었다. 3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금리는 연 3.27%로 전월보다 0.33%포인트 급락했다. 1년만기 특판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이에 2%대 금리에 그치자 예금에서 뭉칫돈이 다시 갈 곳을 찾아 이탈하는 추세다.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을 끌어들였던 채권시장도 더 이상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국내외 금리인상 압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부동자금 중 상당수는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은 14조 5000억원(3일 기준)까지 늘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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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올해 고객예탁금 추이 (단위: 백만원)
◆ 20조원 끌어들인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지만 배정받지 못한 18조8668억원, 약 19조원이 오는 7일 고객들의 증권계좌로 환불된다. 이 대규모 환불금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자금이 당장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과 청약자금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다.
하지만 단기부동자금이 잇따른 공모주 청약, 증시의 안정적인 상승세 확인이 된다면 점진적으로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들어 지난 4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10조 8482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펀더멘털이 모범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데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높다는 것이 외국인 자금의 유입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결국 시중부동자금은 증시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증권 안정균 애널리스트는 "고객예탁금 증가나 공모주 청약자금 쏠림은 단기부동화 자금이 증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주식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돈이기 때문에 시장에 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 역시 "결국 주식을 싸게 사고 싶은 수요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을 겨냥한 자금은 아니다”면서 “시장이 견조해지면 이 자금도 결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급되는 자금 중 일부는 후속 공모주 시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11일에는 신한 제1호 스팩, 11~12일 만도의 공모주 청약 등 이달 말까지 6개 기업에 대한 공모청약이 이뤄진다.
◆ 증시 유입 시기는?
단기부동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시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로 점치는 견해가 우세하다. 당장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중국의 긴축 움직임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 또한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2/4분기에 주식형펀드 환매가 정점을 이룰 것”이라며 “본격적인 위험자산으로의 이동시기는 3/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에 관대해지는 태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4/4분기쯤 되면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2/4분기내 자금 유입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채권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금리 하락세 역시 막바지 국면에 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돈이 몰리긴 힘들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주식 말고 더 이상 돈이 갈 곳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은 이르면 이번 달 중순 늦어도 다음달 중순 이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