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1~2년 사이 통신업계에 새로운 수장이 들어서면서 다방면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새로운 수장 이후 조직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2인자다.
KT의 경우 지난해 초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하면서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 남중수 체제에서 이석채 체제로 변하고 KT-KTF 합병이 이뤄지면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직 변화 속에서 급부상한 인물은 이석채 회장의 경복고 후배인 표현명 고객부문장(사장)과 서유열 홈고객부문장(사장)이 꼽힌다.
이중 표 사장은 KTF 시절 때도 실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이 회장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꾸준히 신임을 받은 것도 표 사장의 탁월한 업무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서 사장은 이전 남 사장 체제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이 회장 체제로 들어선 후 승진가도를 달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표 사장이 KTF 기획조정실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친 KTF 출신 인사라면, 서 사장은 KT 마케팅전략본부 본부장, 경영지원 실장 등을 거친 정통 KT출신인사다. 이들의 승진은 눈부실 정도다.
표 사장은 1999년 한국통신 기획조정실 IMT-2000사업추진단 기술계획팀장을 시작으로 KTF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01년 KTF 경영기획담당 상무보를 시작으로 이듬해 KTF 마케팅부문장을 맡았고, 2006년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KT 코퍼레이트 센터장(전무이사)를 맡았다. 같은 해 6월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올 초 고객부문장으로 이동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서 사장도 2002년 KT 마케팅전략팀 팀장을 시작으로 2003년 마케팅기획본부 팀장, 2003년 솔루션사업단장, 2007년 마케팅전략본부장, 2008년 KT 경영디자인TFT 본부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KT 그룹그룹셰어서비스(GSS) 부문장(상무)을 맡고 2월 전무로, 5월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홈고객부문장을 맡으면서 사장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만 1년에 3~4회 승진하는 경우는 통신업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KT가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업계에서 표 사장과 서 사장을 KT의 숨은 2인자라고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의 승진 비결은 무엇일까. 항간에는 이석채 회장 취임 후 가속이 붙은 승진속도에 석연찮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이석채 회장에 눈에 들었다는 뒷말부터 정치권에 끈이 닿아있다는 소문까지도 돈다.
하지만 업계 대부분은 이들이 지난해 이석채 회장의 취임 초부터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신경영 정착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표 사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것이 바로 KT의 브랜드 자리잡고 있는 올레(Olleh)와 쿡(QOOK), 모바일브로드밴드의 론칭이다. 올레의 경우 이석채 KT 회장의 대표적인 경영전략로 꼽힌다. 사실상 표 사장이 이 회장과 손발을 맞춰 KT의 혁신을 이끈 실무자인 셈이다.
그가 최근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확대되는 무선데이터 시장에 대한 전략이다. 이통업계에 변혁을 일으킨 아이폰 출시 및 최근 글로벌 이통사 24곳이 모여서 설립하기로 한 슈퍼 앱스토어 ‘WAC’ 역시 그의 작품이다.
표 사장이 외부 전략을 담당한다면 서 사장은 내부의 살림을 챙기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GSS부문장을 맡으면서 내부 인사 및 내부 협력 등을 전담했고 그 과정에서 KT 노동조합과의 원만한 협력관계를 이끌어냈다.
실제 KT 노동조합은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특별명예퇴직 6000명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KT 노조의 요청에 따른 결과지만 이 과정에 직접적인 협력을 담당한 서 사장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사장과 표 사장의 공통점은 바로 마케팅 부서를 거치면서 핵심 역량을 키웠다는 점이다. 표 사장은 고려대학원 통신공학 박사를 전공한 이공계 출신 인사지만 단순한 IT전문가로 보기는 힘들다. KTF시절부터 마케팅 업무와 대외협력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실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사장 역시 서강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전공했지만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본부장 등을 맡으면서 원만한 사내 협력관계를 이끌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표현명·서유열 사장은 KT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이석채 회장의 최측근으로 최근 혁신경영을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