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관건은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교육환경을 갖추고, 개방적인 기술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커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을 놓고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결론이다.

최 회장은 이달 15일 저녁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방한 중인 루커스 교수를 만나 환담하고 주요 경제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루커스 교수의 시카고대 제자인 최 회장이 최근 국내 컨퍼런스 참석 등을 위해 방한했다가 이날 생일을 맞은 루커스 교수를 만찬에 초대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최 회장과 루커스 교수는 3시간여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 한국 경제의 중장기 발전전략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힘입어 다른 나라들 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고, 루커스 교수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조기 회복에는 원화 가치의 저평가에 따른 '환율 효과'도 상당 부분 작용한 만큼,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어 "한국이 수출증대 등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위기'를 잘 극복해 가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루커스 교수에게 한국경제의 장기 발전전략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루커스 교수는 "미국 경제가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쟁을 촉진하는 교육 시스템이 건재하는 한 장기 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려면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과 학생, 교수와 교수 간의 경쟁을 장려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미국 교육의 힘이 곧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루커스 교수는 또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술'이 중요한데 독자적으로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다"며 "기술 전파와 교류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다른 나라들이 개발한 기술을 잘 갖다 쓰는 것도 훌륭한 발전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개방적 기술발전 전략을 활용하려면 한국이 먼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보다 '개방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커스 교수는 시카고 학파 밀턴 프리드먼의 수제자로, 경제 주체들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합리적 기대가설'을 정립한 연구업적으로 1995년을 노벨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