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수익 감소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상황과 경제환경이 워낙 나빴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비율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신용등급 하락 등의 결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은행들은 어떤 식이든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처지에 놓여 있다. 은행들이 다투어 증자와 은행채 발행을 서두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노심초사하는 은행들의 입장과는 달리 냉냉하다. 시장기능이 작동하는대로 내버려 둘 경우 증자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주주에게 증자물량을 안기거나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에 기댈 수 밖에 없지만 이 방도로도 성공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통안증권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과는 달리 시중자금의 경화현상은 여전하다. 한은에서 풀린 돈이 시장원리대로 돌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 있는 ‘돈맥경화’가 깊어질 뿐이다. 시장상황이 이런 실정이고 보니 증자도, 은행채 발행도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돈을 쥐고 있는 은행이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면 가계와 기업대출이 용이할 리가 만무하다. 은행은 스스로의 앞가림에 급급해 어떤 유형의 대출이든 가급적 유보하고 현금이 들어오는대로 금고속에 쌓아 놓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 시중자금의 원활한 소통은 막혀 있는 돈 줄의 숨통을 터 주지 않는 한 요원한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내년도 업무계획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높은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춘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10조원 규모를 사들이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20조원의 자기확충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기로 한 조치는 은행의 숨통을 어느 정도 터주는 단초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시중자금의 정상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기업투자와 소비위축을 초래한다. 자칫하면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몰려 흑자도산마저 배제할 수 없고 가계부실의 위험도 높아진다. 금리인하 등을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이 모두 수포로 돌아 갈수 있는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불안하다. 어떤 조그만 단초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허약하고 불확실이 상존해 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건전성 도모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설 의향이라면 각각의 지원책은 가능하면 빨리 추진하는게 좋다. 지금 시장은 추가적인 변동이후의 사후대책 보다는 불확실성 제거를 통한 선제적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은행들은 사실상 긴급자금을 수혈받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도덕적 해이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원받는 댓가에 상응하는 자금을 기업과 가계대출로 환원해야 한다. 다른 은행이 개척한 틈새시장이나 개발상품을 그대로 베껴 뒤늦게 뛰어드는 방식의 과당경쟁은 언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 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은행의 건전성 약화는 분수에 맞지 않는 영업전략에 기인한 탓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소신과 분수를 지켜 주길 바란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