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임직원 여러분! 먼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해 오신 한국투자공사의 창립멤버 여러분들께 한없는 존경과 애정을 보냅니다.여러분의 노력과 뜨거운 열정에 힘입어 한국투자공사는 지금 대한민국 금융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이 써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국투자공사의 뜻 깊은 역사(役事)에 동참하게 된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우리 공사는 우리나라를 자산 운용업에 특화하는 금융허브로 만들어 나가는 데 선도역할을 하도록 창립되었습니다. 세계 12위의 실물경제 크기에 맞게이제는 우리나라가 금융부문에서도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한편 국가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 공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은 우리나라를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하여 국내에서 이미 영업을 하고 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풍부한 자금력을 이용하여 운용 대상을 해외로 돌리면서 우리나라 자산 운용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운용능력이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정보를 집중시키고 부가가치화 하는 데 뒤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 하에서 우리 공사가 앞으로 우리나라 자산운용업의 기함(flagship)역할을 해야 한다고 볼 때, 그 부여된 사명이 매우 중요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또한 이러한 국가적 사명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부여된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재산인 정부 기금과 외환보유고의 구매력을 보다 향상시켜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90년대 말 외환 위기에서 보았듯이 국가 생존의 최후의 보루인 국가 외화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나날이 증대시켜 나가는 것은 현재와 후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일 것입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역할의 일부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공사라는 특수한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능의 기본은 바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금융기관입니다. 공사라는 독점적 지위보다는 일반 회사라는 경쟁적 구조가 바로 우리 공사가 처해 있는 환경입니다. 우리 공사가 모델로 삼고 있는GIC가 탄생한 배경과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뛰어야 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완전 경쟁 속에 뒤늦게 참입한 후발주자인 것입니다. 우리 공사가 아니어도 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그리고 이미 앞선 운용능력과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쟁자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로서의 지위가 우리의 경쟁력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주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배아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성장기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 공사가 해야 할 일은 매우 많으며,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탄생과정을 거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우리 공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고, 세계 금융인들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사는 꼭 성공하여야 합니다. 성공을 가름하는 것은 바로 저와 우리 공사 전 임직원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 취임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우선, 신뢰(trust)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읍시다.자산 운용업으로서 고객으로 부터의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고객은 크게 보면 국민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신뢰의 수준은 일반 자산 운용사에 요구되는 신뢰의 수준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산운용업의 특성상 본격적인 실적(track record)을 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바 그 기간 동안, 우리가 지키는 원칙과 키워 나가는 능력에 대한 신뢰를 쌓아 가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시장으로 부터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하여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완비해 나가야 할 것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저를 비롯한 전 임직원의 마음가짐도 비상하게 다져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CEO인 저를 정점으로 하여 전 임직원이 단합하여 사소한 혼선이나 불협화음을 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를 이끌면서 CEO의 솔선수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솔선수범 하겠습니다. 우리 공사의 신뢰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다 같이 노력합시다.다음으로는 전 직원이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합니다.지난 1년 동안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우리 공사가 새로운 회사로서의 기틀을 잘 잡아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창업이 어려운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측불가성을 성과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잘 못하면, 경쟁에 뒤지면 죽는다는 각오와 무엇이든지 해 내겠다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공사라는 특수성에 연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포항제철을 새로 세울 때 내세웠다는 ‘우향우 정신’을 새겨봐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국가의 외환자산 운용 모델을 새롭게 만들고 그 구매력을 높이는 것’ 하나입니다. 이러한 목적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실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 공사가 어떤 관계집단의 이익대변 창구가 아닙니다. 오로지 국민의 재산을 지금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장기적인 구매력을 높이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와 네 일 내 일을 구분하지 않는 협력정신, 그리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창조정신으로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공사를 본 궤도에 올려놓도록 합시다. 셋째로는 차별화(differentiation)를 위한 노력을 경주합시다.말씀 드린 대로 우리는 후발 주자입니다. 분명히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은 있습니다.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하면 됩니다. 그러나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이런 전략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시장 참입을 위해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국내 연․기금은 우리 공사에게 외화 자산운용을 위탁할 것인가? 어떤 이유로 우리를 자산 운용사로 선정해 달라고 할 것인가? 우리 공사와 같이 국제 투자를 수행하고 있는 회사는 이미 한국은행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그리고 일부 국내 금융기관이 있고 해외에는 이름 있는 전문 자산 운용사가너무나 많습니다. 무한 경쟁시장에서 그리고 이미 짜여진 경쟁의 틀 속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전략, 상품 등을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끝없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불모의 사막국가를 국제적인 금융, 의료, 관광허브로 변신시키고 있는 두바이의 모하메드 국왕은 ‘우리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사의 생존법은 차별화입니다.마지막으로 열린 기업문화를 만들어갑시다아시다시피, 투자업무는 정보의 싸움입니다. 또한 우리 공사는 정보의 획득과 부가가치화를 통해 효율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동북아 자산운용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 안에서 운용주체 간에 투자정보와 아이디어가 원활하고도 신속하게 흘러야 하겠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심리와 잘 못된 사내 시스템으로 인하여 정보가 차단된다면 고스란히 우리 공사의 실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내부에서 찾지 말고 글로벌하게 그 대상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또한 신설 회사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무런 장벽도 없어 회사의 경영에 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 받음으로서 신속하게 처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료화되면서 의사소통을 응고시키는 병폐를 우리는 기존의 회사조직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의 문제점을 미리 피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자산 운용업의 문화는 유목민의 문화가 합당합니다. 이미 존재하던 길을 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몽고군의 톤 유크크 장군의 묘비명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한국투자공사 임직원 여러분 !우리 공사에 와서 일하는 것은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러나 도전은 하나의 선물이고 또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한국투자공사가 가지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그동안 몸담았던 금융기관의 연혁을 따져보면 조흥은행이 100년을 넘긴 곳이었고, 한국증권금융은 그 절반인 50년, 그리고 오늘 취임하는 이곳 한국투자공사는 막 1년이 된 회사입니다. 나름대로 청운의 꿈을 가지고 금융권에 첫발을 내딛던 30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투자공사의 50년, 100년 후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