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시장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세는 최소한 몇달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들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출됐다.루이스 알렉산더(Lewis Alexander) 시티그룹(Citigrou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신흥시장의 변동성은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과 주요 신흥국들의 건강한 재정수지 등을 포함하는 기초여건의 건강성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제한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갈수록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서 이탈 현상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최근 몇 주간 상품시장과 주요국 증시 그리고 특히 신흥시장 증시가 타격을 입은 바 있다.여기서 그 동안 장기간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던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 증시가 폭락세를 보였으며, 이들 신흥시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 상품 가격이 25년만에 최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브라질과 멕시코 등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1년래 최저치로 급락했으며 남아공의 랜드화 및 인도 루피 가치는 각각 5~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대 불확실 요인은 연준과 日銀의 통화정책 전망, 헤지펀드 주목해야이날 시티그룹의 알렉산더는 현재 변동성이 주로 미국 연준과 일본은행(BOJ)라는 두 주요국 중앙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연준의 5월 FOMC 의사록은 6월말 추가 금리인상 쪽에 무게를 실어주었으며,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그 가능성을 72% 반영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정책 종료 가능성을 시사할 것을 기다리고 있으나, 일본은행 측은 "아직 결정된 것도 자세히 논의된 것도 없다"는 식으로 발을 빼고 있다. 시장은 빠르면 6월과 10월 사이 그 어느 시점에선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중이다.알렉산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또 지난 두 주간의 변동성 급증이 다른 과거 사태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 등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시장의 양상을 "관망"하는 등 계속해서 리스크 수용의지가 억제될 것이기 때문에 회복 탄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따라서 그는 "5월 한달 다수 헤지펀드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시장참가자들은 이들 헤지펀드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돈을 거두어 들일 경우 시장에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하지만 그는 이 때문에 변동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짧게는 몇 주, 길어야 몇 달에 그칠 것"이라면서, "단기 변동성을 넘어서 생각한다면, 증시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낙관적이어야 정상"이라고 주장했다.알렉산더는 특히 브라질을 예로 들면서 법제가 정비되고 재정수지도 건강해진 편이라며, 외화부채보다 외화자산이 많은 나라인 브라질이 신용의 질이 하락하면서 나선형 하락장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슨 신임재부도 시장 안정화 요인될 것, 연준은 긴축종료 중한편 그는 헨리 폴슨을 재무장관으로 선임한 부시 대통령의 결정도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슨 신임 재무장관은 미국의 "강한 달러" 환율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그는 덧붙였다.그는 "부시 행정부의 달러환율 관련 정책은 이제까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강한 달러 정책이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고 마찬가지로 알렉산더 역시 폴슨을 지명한 것은 부시가 경제정책 쪽에 최우선 순위를 두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또 알렉산더는 최근 고수익자산 시장의 급격한 하락은 연준이 2년간에 걸친 금리인상 추세를 거의 종료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과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 종료 전망이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그는 또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이들 자산의 가치가 크게 상승되었으며, 급격한 조정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뒤에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여기서 인플레 우려가 다소 강화된 것은 이미 불안정한 시장을 좀 더 불안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금리 전망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 등은 리스크 회피성향을 다소 강화시키는 재료였다고 제한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브라질과 멕시코의 선거 그리고 터키정부 내의 긴장감 고조 등 일부 정치적인 변화도 신흥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양한 요소들이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알렉산더는 지적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