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바라보고 장기투자 할 사람만 오세요. 단기투자 성향의 거액의 기관자금은 거부합니다.”지난달 18일 출범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이 표방하는 슬로건이다.설립초기 무차별 마케팅을 기본으로 하는 운용업계 관행과는 달리 수탁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대규모 기관자금 유입도 기대하지 않는다.이같은 배경에는 밸류자산운용이 출범하면서 선언한 기존 운용사들과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운용할 요량일까. 이 전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잦은 매매는 지양하고 한 번 산 주식은 1년이내 팔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실수를 한 경우, 혹은 예상 목표를 한두 달 내 달성한 경우는 예외죠”사실상 국내펀드시장은 주로 3개월이 지나면 추가 수수료 없이 환매가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밸류자산운용은 이같은 관행을 깼다. 1년미만시 이익금의 70%가 환매수수료이며 3년미만시에도 이익금의 30%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결국 3년간 환매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8일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운용을 시작한 가치투자펀드 운용방식에 대해 설명했다.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대표 펀드매니저는 “펀드 인가시 금감위로부터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에 이바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원칙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말했다.가치투자 불모지의 국내 펀드시장에 장기투자문화의 선구자로 나선 것이다. 주변의 기대도 많은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시장여건이 부응해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하지만 초기 예상과는 달리 설정된지 불과 보름여 지난 4일 현재 주식형(1359억원), 채권혼합형(96억원) 등 자금유입이 꽤 빠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한국증권이 초기10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한 것이 기반이 됐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한 자금이 하루 30억원이 넘게 들어온다. 이 매니저는 “다수의 주식형펀드가 환매추세에 놓여 있지만 이 펀드로는 매일 30억원을 상회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환매제한 기간이 길어 초기 고객들이 부담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했다. 투자자 현황을 살펴보면 1억원짜리 미만이 수탁고 기준으로 47%가량이며 계좌수 기준으로 96.4%가 1억원 미만이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30~40대가 수탁고의 47.5%를 차지했다.이 매니저는 “최근 모 진흥기금에서 300억원 규모의 자금유입을 타진했지만 거절했다”며 “장기투자 의지를 갖는 개인투자자들을 위주로 펀드운용을 끌어갈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펀드투자의 제 1원칙은 가치투자다. 기업의 본질가치 대비 주가가 싼 종목을 매수, 주가가 본질가치에 도달하면 매도해 수익을 내는 투자방법이다.운용방식에 대해 이 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했다.“우선 시가총액 대비 해당 기업의 이익규모를 본다. 이후 지속될 만한 실적인지, 외부 변화요인은 없는지 등을 판단해 이익의 힘이 있다고 판단하면 투자한다. 매우 좋은기업으로 알려진 기업에 대해선 일단 배제한다. 실적하락시 하락폭이 크기 때문이다.”또 운용구조는 CIO(이채원 전무) 밑에 각각 몇 개의 업종을 담당하는 6명의 섹터 펀드매니저가 있고 2명의 주니어가 리서치를 보조한다.특히 운용의 집중성을 높이기 위해 거의 단일펀드로 운용되고 있어 단일 펀드규모로는 업계 최대 수준에 해당된다.이 때문인지 지점이나 업계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밸류자산운용 이용재 대표는 “전국투어를 하는 동안 지점에서 ‘적기에 나온 펀드’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타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공동 판매에 대한 제휴를 하는 있지만 아직은 검토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뉴스핌 newspim] 홍승훈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