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연준의장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英 금융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다시 비판의 칼을 세웠다.이들은 비록 그린스펀 의장이 겸손한 성격을 가지긴 했지만 그에게 쏟아진 찬사는 최근까지 너무 '과도(exuberant)해 보인다며, 자신들은 1990년대 주식거품의 형성 때부터 줄기차게 그의 정책에 대해 비판해왔으며 지금 그린스펀이 떠나는 마당이지만 야박하다는 소릴 듣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나섰다.다음은 이코노미스트지가 1월13일자 발행한 최신호 기사("Danger time for America")에서 제출한 그린스펀이 남기고 떠나는 경제적인 문제점과 새로운 연준 의장이 보여줄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자세히 정리한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적 불균형 남기로 떠나는 그린스펀일단 이들은 18년 만 동안 미국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에 빠른 성장세를 구가해왔고, 그린스펀은 이 기간 발생한 일련의 금융시장의 위기를 잘 조절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그가 영예로운 시절을 마감하는 마당에 그가 남긴 기록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제기하는 태도는 야박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내비쳤다.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의 연준의장직 퇴임 시점이 향후 경기성장이 크게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바로 그 시점이 되고 있고, 비록 그린스펀의 퇴임이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가 미국 역사상 최대의 경제적 불균형을 남기고 떠나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좋든 싫든 그린스펀의 영향력을 과장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그린스펀 의장이 이끌던 연준 역시 막대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노출되었고, 또한 통화정책 자체가 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도 장기적인 경제성장 그 자체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그러나 그린스펀은 장기 시장금리나 조세 혹은 규제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단기 금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정책 결정자로 군림했다. 또한 그는 세계화와 정보통신 기술혁명이 세계경제를 전화시키는 예외적인 기간 동안 이런 지위를 유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또한 그린스펀의 지배력은 중국, 인도 그리고 전 소비에트연방이 글로벌 무역 및 자본의 흐름에 개방되는 시기와 일치했다. 더구나 그린스펀의 정책는 세계화를 지지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즉 미국의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막대한 수입수요를 유지함으로써 이들 경제가 출현하고 개방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쉽게 해 주었던 것이다.이런 점에서 그린스펀이 가난한 나라들에 준 혜택은 막대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인정했다.하지만 이들은 미국 경제 자체가 관건인 한에서는, 연준의 지난 10년간의 정책은 뼈아픈 장기적인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 美 경제의 회복탄력, 사실 경제의 유연성보단 저금리 경기부양책 때문이코노미스트는 여기서 지난 위기 때마다 보여준 미국경제의 회복탄력성은 그린스펀이 말하는 '경제의 유연성 증대' 같은 것이 아니라, 실은 막대한 저금리 기조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미국 경제가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 2001년 테러사태라는 충격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실이며, 그린스펀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의 영도력하에 연준이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우연한 임금과 물가, 급격한 이민유입, 보다 건전해진 금융시스템 그리고 세계화가 이러한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획득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본다.실제로 이러한 경제의 유연성 강화가 충격 흡수역할을 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를 통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경제성장세를 강화시키는 역할도 해주었던 것이다.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강력했던 것은 막대한 규모의 통화정책상의 부양요인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수년 동안 실질 연방기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유지했고, 18개월간의 긴축주기를 지속한 지금에 와서 조차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된다.세계화와 새로운 첨단기술 그리고 유연성의 확대로 인해 물가가 안정되고, 이 덕분에 저렴하고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지도 않은 대신,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이러한 자산 인플레이션은 처음에는 주식시장을 장악했다가 그 다음에는 주택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는 얘기다.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이 오랜 동안 그린스펀이 1990년대 말 주식시장의 거품을 억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데 대해 비판했으며,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된 이후에는 다시 저금리를 통해 주택시장의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해 온 점을 상기시켰다.◆ 자산경제의 문제점, "자기 가구 뜯어 난로불 피우는 셈"이코노미스트는 이른바 '자산경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가격의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들은 값이 오른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서 자신이 벌어들인 돈 보다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강력한 소비가 GDP성장률을 부양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마이너스 저축률을 기록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부담은 점차 가계의 누적되는 부채 부담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낳고 있다는 것.한편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의 후임인 벤 버낸키(Ben S. Bernanke)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나머지 세계경제의 저축 과잉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그러한 비난의 대부분은 무려 10년간 내수가 공급을 넘어서도록 허용한 연준 자체의 정책에 돌려져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들은 미국경제의 현재의 번영의 일부는 자신들의 소득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또한 높은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것도 아니고 다만 미래에서 빌려온 채무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경제학자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표현이 현재 상황을 멋드러지게 정리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어떤 경우에는 자기 집의 가구로 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자신의 집을 데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용, 임금상승 없는 회복의 취약성, 해외투자자들 금리요구 거세질 듯이코노미스트는 이례적으로 취약한 고용시장의 개선 추세와 부진한 실질임금 상승세로 인해 미국인들의 소득은 이전 회복기보다 훨씬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4년 동안 민간부문의 노동비용이 실질적으로 12% 증가하는데 그쳐 이전 경기회복기 5년간의 2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했다. 이처럼 소득이 강하게 증가하지 않으면 가계의 소비증가는 대부분 주택가격의 상승 및 신용대출의 증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린스펀도 지난 해 의회 증언에서 결국 주택가격을 하락할 것이며, 이 때문에 소비지출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한 바 있다.더구나 그린스펀은 외국인들이 결국에 가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더 이상 보전해 줄 의욕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아시아 중앙은행과 중동 산유국의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묶어두면서 美 달러 자산을 매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최근에와서는 상황이 변화되고 있다. 일례로 얼마전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외환보유액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영향으로 앞으로 2년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달러약세 리스크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또 앞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더 이상 이를 담보로 한 현금대출이 가능하지지 않을 때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 성장의 90% 정도를 소비지출과 주택건설이 담당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변화는 미국경기를 둔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연준의장 교체가 지니는 이중적 위험성더구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의장직 교체는 항상 어려운 고비를 등장하게 만들었다며, 1987년 주식시장의 폭락사태가 그린스펀이 의장직을 맡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발생했다는 것을 상기해보라고 주문했다.이들은 이번 교체 역시 경제적 불균형과 버낸키라는 인물의 태도 때문에 이중적인 위험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먼저 이번 경우 경제가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상당히 취약한 조건에서 의장직 교체가 이루어진다. 비록 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에 도달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저축이나 경상수지를 생각하면 소비가 완만하게 증가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건 하에서 만약 만약 소비 등 수요가 줄어들 경우 버낸키는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또 이들은 가계의 막대한 부채 수준을 고려할 경우 더욱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며, 13회 연속 금리인상으로 '이지 머니'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다수 미국 가계들은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렌 버핏의 저 유명한 표현을 빌리자면, "바닷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벌거벗고 헤엄지는지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그렇다면 버낸키는 주택가격의 하락과 급격한 경기둔화가 나타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하고 이코노미스트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버낸키가 그린스펀 보다 더욱 자산가격 거품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다시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는 대답을 제출했다.버낸키는 현재와 같이 자산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반대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금리를 인하하는 균형을 잃은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며, 이는 불균형을 더욱 조장하고 키우는 일이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뒤따라 올 조정과정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불균형이 해소될 때는 수요가 공급에 비해 훨씬 느려져야 하는 시기가 불가피하게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이 경우 나머지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양상을 보일 것인지 여부가 큰 의문으로 등장한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유로존과 일본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완화되는 등, 세계경제 성장세가 좀 더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여기서 이코노미스트는 이전 어려운 시기에ㅐ 미국이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힘이었다면, 앞으로는 나머지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는데 앞장서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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