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美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에 있다. 그 중에서도 2월 초 취임하는 신임 연준의장 벤 버낸키(Ben S. Bernanke)의 정책구사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자못 흥미로운 결과가 기대된다.일각에서는 연준의 과도한 긴축으로 인해 주택시장을 필두로 한 경기 추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듯 하지만, 반대로 '온건한' 정책기조로 인해 경제와 자산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이런 엇갈린 전망에는 버낸키 차기 연준의장이 현재 진행 중인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중단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 기존 긴축행보에 종지부 찍기, 쉽지만은 않을 듯다수 경제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연방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올려놓고 떠나게 되고, 버낸키가 기존의 정책운용 방식이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이 연준의장이 '초짜'로 교체될 때 발생하는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듯 하다.하지만 버낸키 차기의장이 직면한 정책운용 부담은 이번 금리인상을 전후로 한 그린스펀 의장의 정책운용 부담에 비해 훨씬 클 것이란 평가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실 그린스펀 의장은 그 동안 꾸준히 점진적으로 중립수준으로의 긴축행보를 지속하면 되었지만, 버낸키는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고 멈추어 서는데 필요한 '정세판단'을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물론 그린스펀의장이 그 동안 행보의 결과를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버낸키가 떠안을 부담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는 것으로 판단된다.그린스펀은 지난 12월 FOMC 회의부터 금융시장을 준비시키기 위한 '성명서 기조의 변화'를 시작했다. 물론 최종적인 리스크에 대한 판단까지 퇴임할 때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정책기조'는 진행형으로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한편 경제성장 및 인플레이션 리스크 균형을 찾는 일이 '확실'이란 꼬리표를 달수 없는 데다, 금리인상 주기가 종결되어 감에 따라 과연 금리의 어느 수준이 적절한 것인지, 또 이러한 적절한 지점에 대해 시장과의 대화는 어떻게 나누어야 할 지 연준 자체 내부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및 의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월 추가 긴축 후 힌트 없앨 듯...3월 회의 때까지 경제-물가 변화가 관건일단 경제전문가들은 1월말 그린스펀 의장의 마지막 정책결정 회의가 될 FOMC에서 정책결정자들은 금리를 4.50%로 25bp 인상하고, 성명서 내의 다음 회의 정책결정에 대한 '힌트'를 더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쪽으로 컨센서스를 형성한 상태다.이렇게 되면 모양새는 버낸키 차기 의장이 좀 더 자유롭게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셈이다.그런데 1월말 이후 그가 처음 주관하는 3월 28일 FOMC 까지 미국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등장하게 되는 경우를 예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경기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나아가 금리를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는 온건하고 신중한 입장을 한편으로 하고, 여전히 인플레 압력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긴축이 요구된다는 강경파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시나리오 하에 '버낸키'가 생각보다는 '강경파'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의장이 교체된 마당에 중앙은행의 '인플레 파이팅' 의지와 나아가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는 점도 감안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성향이 그린스펀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만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생각은 오히려 순진한 것일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경제가 버티지 못하는데 펀치를 날렸다가는 진짜 '넉다운' 사태가 등장할 경우 대책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버낸키 첫해 '허니문' 조건 형성 중... 골디락스 도래인가한편 이러한 쟁점에서 한 발 물러서서 전체적인 구도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버낸키가 새 의장으로 들어서는 2006년 경제 및 인플레이션 전망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골디락스'의 도래가 예상되고 있는데다, 새 의장이 초반에는 시장의과 밀월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또 현재 상황에서 버낸키 차기 의장이 굳이 금융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섣불리 시험하려고 들 필요도 없다. 이미 차기의장 지명 단계에서 시장의 '환영'을 받은 그로서는 적절한 처신만 해도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일부 전문가들은 폴 볼커 전 연준의장 취임 초기나 그린스펀의 신임의장 시절 모두 급격한 금리변화와 금융시장의 요동 사태가 발생했다는 역사적인 경험을 들고 나온다,하지만, 버낸키는 지난 20여년 동안 변동성 감소, 이른바 "대 완화(The Great Moderation)"에 따른 상황 변화로 "안심지대(Comfort Zone)" 내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만 유지하면 되는 좀 더 편안한 입장에 놓인 것으로 판단된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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