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경제가 추가적인 인플레 압력에 직면했으며,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발발한 위기가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내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경고가 함께 나오고 있다.앤디 시에(Andy Xie) 모건스탠리 아시아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7일자로 제출한 글로벌 이코노믹 포럼(Global Economic Forum) 보고서("Asia/Pacific: More Inflation Scares Ahead ")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으로 양상된 막대한 자금으로 부동산 및 국제 원자재 가격 거품이 형성되었고, 비용 인플레가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소비자 인플레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그는 지금은 유가상승이 연준리 금리인상 가능성을 줄인다고 해서 채권 투자자들이 좋아할지 모르지만, 유가 강세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으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할 것을 주문했다.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완만한 디플레를 나타내거나 아니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시에는 만약 2005년 오일쇼크로 인해 나타난 경기둔화에 맞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이것은 곧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한편 그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주력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그나마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디플레가 일부지역이나 부문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정도로 전체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낮은 가운데 상황을 헤쳐나가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린스펀 마술봉에 감춰진 비밀은 바로 "값싼 중국 노동력"시에는 아시아 신흥공업국(NICs)으로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제품의 물가가 연 5.25%에서 3.50%로 하락한 점에 주목한다.이런 상황은 아시아 수출이 주로 IT제품이 집중되었던 사실이 주된 배경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IT제품 수입물가는 60% 하락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제품 미국 물가(US prices)는 지난 1993년 이후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참고로 이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연 평균 3.1% 올랐다.그런데 IT제품 가격 하락은 단지 제품생산의 향상에 따른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10년전부터 선진국들의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옮겨간 것이 결정적이었다.결국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미국 IT 수입물가가 연간 8% 하락하도록 만든 장본인이었던 것이다.이제 중국은 전세계 경제, 특히 그 중에서도 미국의 제 1차적인 공급원이 되었다. 미국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의 소매판매에 대해 가지는 탄력성은 지난 10년동안 무려 4~5정도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1993년부터 2003년 사이 미국의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은 1조달러 정도 증가했고, 이 기간 미국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200억달러 정도 증가했다. 중국 제품이 수입원가의 3배 내지 4배 수준에서 판매된다고 할 때, 10년간 소매판매액 증가분의 약 50% 정도는 중국제품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한편 이 기간동안 중국 제조업체들의 명목임금은 거의 변화되지 않은 상태를 보였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곡선 역시 거의 수직적인 기울기를 보여주었다.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인플레 억제 정책이 없었고, 이 효과는 공급곡선의 수평적인 특징으로 인해 막대하게 부풀려졌다. 그리고 선진국의 IT생산기지가 중국으로 계속 이전되면서 중국의 공급곡선은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전진해나갔다. 이 때문에 제품가격은 계속해서 하락압력을 받을 수 있었다.디플레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연준리는 지난 3년간 평균 GDP 규모보다 50% 많은 콜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부동산 가격은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하는 비율을 유지했다.◆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 조짐으로 새로운 국면 전개그 동안 디플레 상황은 거의 확실시됐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중국과 인도의 막대한 노동력이 글로벌 경제에 결합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거대한 플러스 충격이 가해졌고, 이는 전례없는 속도로 진행되어 왔다.선진국 경제에서의 GDP 대비 노동수요 탄력성이 크게 하락한 것은 이런 새로운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다.하지만 식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노동시장을 제치로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병목현상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절이 도래하고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물론 식품가격이나 유가 역시 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준리의 통화정책상의 부양책과 함께 1998년 이후 급격한 글로벌 경제성장 속에서 그 동안 유지되어 왔던 식품 및 원유 공급선의 완충장치가 거의 소진되었다는 점이다. 이 완충지대가 없으면 통화 팽창과 함께 식품 및 원유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효과가 잠식되고 인플레 충격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해진다.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식료품 가격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보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 식품 및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제 더이상 중국의 공급곡선은 미국의 통화팽창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평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중국의 곡물생산은 1998년 정점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8년 쌀, 밀 그리고 옥수수 등 곡물생산량은 4억4,100만톤이었지만, 2003년에는 3억6,300만톤으로 줄었다. 식품가격이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재고가 방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중국 양쯔강 삼각지대의 급격한 공업화는 중국 곡물생산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역 땅 값이 지나치게 상승하다보니 농촌경제가 붕괴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통화팽창 정책이 진행되면서 이 추세는 점차 가속화되었다.한편 중국의 곡물소비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며, 만약 생산이 1998년 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은 장기적인 상승추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나온다.유가 문제도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경기 상으로 볼 때 국제유가는 2005년에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중국경제의 조정양상이 그 배경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과잉생산설비 쪽이 문제다. OPEC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유가가 하락하자 이들은 배럴당 25달러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일부 생산량이 많은 나라들은 이 가격 이점을 노려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아직 전 세계 원유 비축량이 42년 소비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 OPEC 회원국들의 생산 용량은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제대로 남은 곳은 주로 중동석유밖에 없기 때문에 OPEC은 유가를 낮게 가져갈 의향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정학적인 압력 때문에 생산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작은 것이 현실이다.결국 통화정책 상의 경기부양을 통한 수요 증대에 따라 국제유가는 과거에 비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변동성 또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현재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식품과 에너지 쪽에서만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금융시장은 인플레가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국제유가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연준리가 금리를 크게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국제유가로 인한 인플레 충격이 크게 우려할 정도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이런 시장의 낙관심리는 잘못된 것이다. 인플레 압력이 식품과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지지하는 두 가지 근거가 존재한다.먼저, IT생산시설의 중국으로의 이전이라는 흐름이 조만간 종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미국의 수입물가를 하락시키는 작용을 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미국으로 수입되는 아시아 제품 가격 하락 추세는 역전될 전망이다.한국과 대만의 수출물가는 2003년 중반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나라의 수출물가가 이 정도로 장기간 상승세를 보인 적은 과거에 없었다. 높은 연료비와 철강가격 그리고 반도체주기가 이런 추세를 이끌어 낸 요인이다. 물론 비용절감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중국 공장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잠식으로 인한 공급부문에서의 역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이 소비에서 식료품과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실질임금 잠식이 너무 크면 노동력 유입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그 동안 중국은 구조적으로 생산용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맞추어 줄 수는 있었는데, 이 여유가 이제는 소진되고 있다. 고향으로 송금할 돈도 모자라게 되면서 시간이 지날 수록 기존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결국 중국 수출기업들은 다시 충분한 수의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미국 소매판매 결과에 큰 충격이 될 것이다.◆ 경기호황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시나리오우리가 보기에 현재 글로벌 경기의 호황은 또다른 통화 거품이다. 이 거품이 터지게 되면,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둘 중에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중국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과잉투자가 막대한 규모로 발생한 상태다. 만약 이 투자거품이 붕괴된다면, 생산용량이 남아돌면서 지난 1996년에서 1999년 사이와 같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식품 및 유가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다.결국 지금은 과잉설비의 정도와 국제유가 및 식품가격 상승 사이의 균형이 글롭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혹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여기서 핵심은 통화 거품이 얼마나 오랜 시간 유지될 것인가, 따라서 유가와 식품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거품이 오래 유지될수록 유가와 식품가격은 더 올라가 것이고, 그 결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다.거품이 붕괴되면 식품가격 및 유가도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충격이 일반 소비자물가로 흡수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그러므로 국제유가가 고점을 지나는 시점이 스태그플레이션 여부를 가늠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지금 채권시장은 고유가가 유리한 상황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가 너무 높아져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면, 채권가격과 유가 사이의 관계는 역전되는 것이 맞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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