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경제는 이륙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지난 3년간 경제전반을 뒤덮은 제조업 경기침체 및 자본조정이라는 어둠의 장막은 걷혔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연말까지 잠재적인 성장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이코노미닷컴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4%에 육박, 지난해보다 1% 포인트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이런 전망치는 여타 서베이나 조사기관이 제출하는 것보다는 보수적인 것이지만, 이 정도 성장률만 해도 지난 2001년과 2002년 평균성장률의 세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세부적인 전망을 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4.5%, 유로존 2% 그리고 일본은 1.9%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7.4% 및 6%로 예상돼 지난해보다는 과열양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중이다.특히 아시아의 첨단제품 생산국들의 경우 G3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따른 제품수요 강세와 함께 중국이라는 막대한 시장기회가 열리고 있는 등 올해 경제성장률이 모두 5%를 넘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이들은 G3 지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악령이 계속 따라붙고 있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방성 및 유연성이 뛰어난 미국의 경우 이런 특징에 따른 부담이 덜하겠지만, 유럽의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다음은 이코노미닷컴이 10일 제출한 《세계경제성장률 전망》(Global Outlook)을 정리한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 3.4% 성장 전망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캐나다. SARS와 광우병의 위협 속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던 캐나다는 국내 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있는 중이며 경제성장률이 거의 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도 올해는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 지역은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1% 밑을 맴돌았으나 올해는 1.6%의 성장률이 기대된다. 특히 유럽 경제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수출 강세와 자본재 교체주기의 도래다.소득규모가 중간정도인 나라들은 무역을 통해 세계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생산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칠레, 콜롬비아 그리고 페루 등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유리한 교역조건을 획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경기 개선으로 구리, 고무 그리고 니켈 등 핵심 상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칠레의 경우 올해 무역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성장 전망이 대폭 개선됐다.아시아의 첨단제품 생산 국가들은 기업들의 IT 설비투자 회복에 따른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 등의 무역보고서를 통해 미국 및 유로존 등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수요 강세가 확인되고 있는 중이다. 또 이들 국가는 중국경제의 근대화와 함께 큰 시장기회를 얻고 있기도 하므로, 올해 수출성장률이 두 자리 수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없는 경기회복 우려: 미국보다 유럽이 심각할 듯그러나 이렇게 경제적 환경이 개선되는 와중에도 세계경제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 또한 막대하다. 특히 다국적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세계화에 따른 생산의 재조직화가 세계적인 규모로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면에서 2004년 세계 경제성장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고소득 국가에서 저소득 국가로의 생산의 이전이 되면서 고소득 국가들에서의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날 것이란 점이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해 3/4분기 20년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 기간 동안 일자리는 계속 줄었다. 이런 추세는 4/4분기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12월에 가서야 한달 동안 신규일자리가 1,000 늘어나는 데 그쳤다.더구나 올해 하반기에는 큰 폭의 일자리 수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기에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진 채 회복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잉여 노동력이 다시 경제로 재흡수된다고 해도 주로 급여가 낮은 간호나 교역 부문 등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미국 고용시장 전망이 썩 좋지 않지만, 그나마 유럽에 비하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유연성이 뛰어나고 그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로존의 고용시장 상황은 대단히 악화되어 있고, 미국과 같은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독일의 상황이 가장 어려운데, 이들은 지난 38개월 동안 36개월간 고용이 감소해왔다. 네덜란드는 실업률이 99년 이후 최고수준이며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년 동안 고용시장이 정체됐다.유로존 기업들은 제조업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생산용량의 제약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일단 고용하고 나면 쉽게 해고하기 힘들 정도로 해고비용이 크기 때문이다.이렇게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은 데다 유로존 제조업체는 미국기업들과 동일한 세계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어떤 경우 유로존 생산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과 멕시코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제조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중국만이 아니라 동유럽 국가로 진출할 수도 있게 됐다.마지막으로 유로존 기업들은 미국 생산업체들의 압력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유로강세를 참아내고 있다. 기업인들은 내부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자극하는 기본 동기로 유로강세를 제시하고 있다. ◆ 일본도 고용없는 성장, 가계수요 성장기여도 약화 일본경제의 경우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2년 동안 0.35% 위축된 일본 경제는 지난 해 2.1%라는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 그러나 자체 잠재가능성의 2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은 아직도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고용은 0.2% 감소했고, 생산추세가 개선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실업유지 기간은 더 길어졌다.유로존과 일본은 일자리 감소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에 가계수요의 기여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경기회복 초기단계의 특징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느리고 빈약한 고용시장 때문에 임금상승률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야 10년 동안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유럽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다. 아무리 유럽의 노조들이 현명하다고 해도, 인플레를 감안하면 구매력은 유지되는 셈인데도 명목임금이 얼마 오르지 않으면 항의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독일 IG메탈은 이번 임금협상에서 임금 4%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고용인들은 3년간 두 번에 걸쳐 1.2%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안으로 맞서고 있다. 고용인들은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동비용 감축요구를 감안해서 이 같은 안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의견차이가 크면, 결국 어느 정도 파업기간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종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일자리 창출규모가 작고 임금상승률이 저조하게 되면 소비지출도 위축된다. 올해 미국 가계소비는 3.5%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유로존은 2% 그리고 일본은 1%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용 없는 성장 혹은 저소득국가로의 아웃소싱 추세로 인해 고전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좀 더 개방적이고 경쟁력이 높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로 일자리를 이전하기 쉽다. 이것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미국의 경우 고용시장의 문제점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되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지만, 유럽의 경우 임금, 고용 그리고 기업순익 등에 대한 압력은 최종적으로 폭발하기 전까지 누적되고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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