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더 빨리"…화장품 배달서비스 속도경쟁
로드샵부터 콧대높던 명품화장품도 '집앞배송'
"당일 배송 경우, 갑작스런 주문 취소까지" 소비자 피해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화장품 업계의 '배달 전쟁'이 치열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여파에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화장품 배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들도 앞다둬 자체 배달서비스부터 이커머스 기업, 배달 앱 등과 협업해 배달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이젠 당일은 물론 1시간 내로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다만 과열 경쟁 속에서 '1시간이라도 더 빠른' 속도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어 관련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7.22 shj1004@newspim.com |
◆ "빨리, 더 빨리"…화장품 배달서비스 속도경쟁
24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지난 이달 12일부터 20일까지의 일평균 '오늘드림' 주문 건수가 직전 7월 일평균 대비 23% 가량 증가했다고. 반면,서울과 경기,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약 13% 증가, 지역별 대비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역의 주문 유형을 살펴보면 '빠름 배송'과 '쓰리포 배송' 주문이 각각 26%,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 근무 확대와 비대면 수업 시행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평일 오후 시간대에 상품을 받아보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저녁 시간대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귀가 시간이 빨라지면서 '미드나잇 배송' 주문은 가장 작은 약 14%의 증가폭을 보였다.
올리브영이 3시간 이내 배송을 내세운 '빠름 배송'의 올해 상반기 평균 배송 시간은 약 45분이었다. 이는 지난해 평균 55분에서 10분 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 밖에 '쓰리포(3!4!) 배송', '미드나잇 배송' 등의 옵션을 통해 오후 3시~4시, 저녁 10시~12시 등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이커머스 기업, 택배사와의 협업을 통해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을 24시간 내 배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재고 관리부터 주문한 제품 고르기, 박스 포장, 택배 배송까지 대신한다.
기존에는 오후 3시 이전 주문해야 다음날 배송이 가능했지만, 이제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와 함께 '오늘 발송' 서비스를 넓혔다. 당일 주문하면 바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11번가와 협업해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 오프라인 매장 아리따움은 4월 말 배달 앱 요기요에 입점했다. 강남, 노원, 시흥 등 수도권 35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입은 가맹점주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사진=CJ올리브영] 2021.07.22 shj1004@newspim.com |
◆ 로드샵부터 콧대높던 명품화장품도 '집앞배송'
토니모리는 배달의민족 'B마트' 와 '나우픽'을 통해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고 기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서, 노원, 부천 등 일부 지역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 자체앱에서 주문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직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H&B스토어 랄라블라는 지난 3월부터 요기요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요기요와의 배달 서비스 제휴 테스트를 거쳐 전국 GS25 점포로 서비스를 확대한 성공 사례에 힘입어 랄라블라에서도 시범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요기요 앱을 통해 주문 가능한 랄라블라의 상품은 브랜드 세일 화장품, 월별 행사 상품, 미용 소품, 건강 기능 식품 등 100여종이며 고객이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문한 건에 대해 배달 가능하다. 시범 운영을 통해 전국 점포로의 서비스 확대를 검토 중이다.
네이버를 중심으로 오픈마켓에 입점한 브랜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쇼핑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럭셔리뷰티에는 32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아모레퍼시픽부터 헤어 케어 브랜드 르네휘네르, 화장품 브랜드 나스, 맥 등이 입점했다.
'선물하기 서비스'로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쓸어담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샤넬 뷰티에 이어 에르메스 등이 입점했으며 앞으로도 명품화장품들의 입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 "당일 배송 경우, 갑작스런 주문 취소까지" 소비자 피해
업계는 당분간 '화장품 배달 배송' 강화 현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화장품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H&B 시장은 2015년에서 2018년까지 급성장하다 점포수가 1500개에 이르면서 정체기를 맞고 있다. 2015년 718개에서 2019년 1515개로 급증했던 H&B매장 수는 지난해 1484개로 감소했다.
시장 규모 역시 하락세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2016년 2조81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1조7000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화장품업계의 배달서비스 경쟁의 성패와 주도권은 결국 '누가 더 빨리, 얼마나 다양한 물건을 배송해줄 것인가'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빨리, 더 빨리' 배송을 재촉하는 시장구조와 이 틈에서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화장품 업체들의 속도 경쟁이 불붙으면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소비자가 부담할 수수료, 배달료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 등으로 출점과 폐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단순 매장수 확대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수익성 위주의 출점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는 동시에 온라인, 배달 경쟁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송 시간이 빠른만큼 배달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당일 배송의 경우 일반 배송과 다르게 온라인의 물량과 실제 매장의 물건 개수 재고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갑작스럽게 배달을 취소할 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