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성평등가족부가 3일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을 시작해 주민센터·도서관 등 12개 지역에 공공 생리대를 비치했다.
- 이 사업은 선별복지에서 벗어나 생리대를 생활 인프라로 보며 월경권을 보편권으로 보장하려는 첫 시도다.
- 내년 데이터 분석과 전국 확대·예산 확보에 따라 일회성 사업이 될지, 정권 변화에도 지속되는 장기 월경권 정책으로 자리 잡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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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복지 넘어 월경권 보장 첫걸음 내디뎠지만
대통령 지시 아닌 부처 주도적 정책 추진 필요
시범 지역 넘어 전국 확대·지속 가능 제도화 관건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화장실에 들어가면 화장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생리대는 아직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갑작스러운 월경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여도 생리대가 비치돼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리대는 여전히 개인이 미리 준비해야 하는 물건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로 최근 성평등가족부는 '모두의 생리대'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 관광지 등에 생리대를 상시 비치해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생리대를 화장지처럼 기본 생활필수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모두의 생리대'가 이름처럼 '모두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실행이 중요하다.
그동안 생리대 지원은 취약계층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복지 중심으로 운영됐다. 반면 '모두의 생리대'는 특정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별도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이가 있다.
이는 생리대를 생활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경은 특정 계층만 겪는 일이 아니니 월경권 역시 선별적으로 보장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부처 업무보고와 올해 1월 국무회의에서 월경권 보장과 생리대 가격 부담 완화를 주문한 후 추진됐다. 대통령의 관심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성평등가족부라면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 전에 월경권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화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월경 빈곤과 공공 생리대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여성 정책 주무부처라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성평등 현안을 스스로 발굴하고 장기 계획으로 풀어나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
모두의 생리대는 그 역할을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첫 기회다. 이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월경권을 둘러싼 정책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성평등가족부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두의 생리대'는 시범사업이다 보니 서울 은평·광진구와 경기 광명시 등 12개 시범지역에만 설치됐다. 뿐만 아니라 지급기가 순차적으로 설치되거나 어느 시설에 설치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고 이용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역시 이제 검증을 시작하는 단계다.
물론 시범사업인 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건 내년이다. 올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일부 시범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모두의 생리대'가 될 수 있다.
과거에도 보편복지를 지향했던 정책들이 정권 변화와 함께 동력을 잃은 사례는 적지 않았다. '모두의 생리대' 역시 일회성 사업으로 끝난다면 월경권 보장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건은 키를 잡은 성평등가족부가 이 사업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대통령 지시에 따른 단기 과제로 끝낼 것인지, 여성 월경권을 보장하는 장기 정책으로 키워낼 것인지는 부처의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화장실에서 화장지 찾듯 생리대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제는 성평등가족부가 이끌어갈 차례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