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청년·여성 창업 실패를 겪은 이들의 경험을 노동시장 공백이 아닌 값진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경제포럼과 OECD는 실패를 통해 축적된 문제해결·회복탄력성·전이가능역량이 미래 노동시장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 기업과 대학·정부는 이력서와 채용에서 실패 경험을 학습·역량으로 전환하는 제도와 재도전 인재 플랫폼·고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사업을 한 번 했다가 망했습니다." 상담하다 보면 이 말을 하는 순간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이 있다. 청년 창업가도 그렇고, 여성 창업가도 그렇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폐업한 대표들도 비슷하다. 실패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숨기려고 한다.
실패한 경험이 이력서의 '흠'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실패는 버려야 하는 경험일까?', '오히려 기업이 가장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경험은 실패 경험이 아닐까?'
최근 정부는 청년 창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투자도 확대되고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창업에 성공하는 기업보다 실패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

폐업 이후 청년들은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가려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기업은 여전히 실패를 공백으로 보고, 당사자는 실패를 가능하면 숨기려 한다. 가장 값진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공백으로 취급되고 있다.
결국 창업 실패 경험이 노동시장 안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미래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문제해결 능력, 회복탄력성(resilience), 적응력(adaptability), 비판적 사고를 제시했다. 이러한 역량은 성공만 반복하는 과정보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OECD 역시 고용과 기술 관련 보고서에서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는 학력이나 직무경력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전이가능역량'(transferable skills)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만난 35세의 한 청년도 그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온라인 식품플랫폼을 창업했다. 2년 동안 직원을 채용했으며 투자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사업은 문을 닫았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고 이력서에는 '폐업'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전혀 달랐다. 새로운 제품을 기획했고, 온라인 광고를 운영했고, 투자자를 설득했고, 채용도 했으며, 거래처를 확보했고, 고객 불만 내용을 직접 해결하기도 했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실패한 대표이사가 아니라 작은 회사를 직접 경영해 본 사람입니다."
몇 달 뒤 그는 한 중견 소비재 기업의 신사업 부서에 입사했다. 기업이 그를 높게 평가한 부분은 시장 반응을 읽는 능력,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린 경험, 실패 이후 경력 방향을 수정한 경험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Right Kind of Wrong」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능적인 실패(intelligent failure)'는 개인과 조직의 혁신을 위한 중요한 학습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 여부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다음 도전에 어떻게 연결했는가를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한 창업 경험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창업 실패를 통해 시장을 이해하고, 투자자와 고객을 상대하며, 실제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 자체를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왔다.
물론 실패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실패 이후 무엇을 배웠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한 사람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30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해서 항상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이 갑자기 멈췄던 경험도 있었고, 대형 클레임도 있었으며, 노사갈등도 있었고, 납기를 맞추지 못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실패를 해결하면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문제는 대다수 청년, 중장년 구직자는 이러한 실패 경험을 이력서나 경력기술서에 적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성공 사례만 쓰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은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서도 그 사람의 역량을 파악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성공한 경험만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패를 통해 축적한 '실패 경력(failure experience)' 역시 중요한 인적자본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의 채용 방식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력서에 성공 프로젝트만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패를 통해 얻은 학습 경험(failure learning)을 소개하는 항목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그리고 면접에서도 가장 성공했던 경험보다는 "가장 실패했던 경험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관한 부분을 더 많이 질문할 필요가 있다.
여성 창업자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며 운영했던 작은 온라인 쇼핑몰, 지역에서 시작했던 공방, 사회적기업, 1인 기업 운영 경험은 결코 사라지는 경력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상품을 만들고, 비용을 관리하며,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은 기업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이다.
창업보육센터와 창업 교육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학이 이러한 실패 경험을 보유한 청년을 대기업과 연계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 어떨까? 대학이 AI 기반의 '재도전 인재 플랫폼'을 구축하여, 창업 과정에서 축적한 실패 경험을 역량 중심으로 진단하고,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것이다. 대학은 실패 경험을 역량으로 전환하고, 기업은 그것을 새로운 인재의 가능성으로 평가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실패한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폐업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 경험을 다시 노동시장과 연결하는 '재도전 고용정책'까지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시장을 경험했고, 고객을 만났으며, 조직을 직접 운영해 본 사람이다. 따라서 필자는 기업에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성공한 사람만 채용하지 말고 실패를 제대로 경험한 사람도 채용해 보라.
실패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값진 투자가 될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 기업이 가장 먼저 사야 할 것은 화려한 성공 경력이 아니라, 한 번 넘어져 본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인지도 모른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