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②미국 하원 속기록에서 찾은 민주주의 언어의 역사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1787년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필라델피아 제헌회의를 열어 부채·외교위기·부패에 흔들리는 공화국을 구하려 했다.
  • 연방 권력과 세금, 중앙은행·군대 문제를 둘러싸고 해밀턴과 패트릭 헨리 등은 강한 중앙정부와 자유 침해 우려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 초기 의회는 결투 문화와 지역 갈등 속에서도 하원의장이 모욕적 언사를 제지하며 질서를 세우고 공화주의적 토론 문화를 만들어가려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독립혁명, 새 공화국, 그리고 의회언어의 탄생(1789-1827)

독립전쟁 이후, 새로운 시련

독립 이후에도 미국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안정된 공화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국가는 거의 붕괴 직전의 위기 속에 놓여 있었다.

1781년 연합 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 체제 아래 미국은 여전히 느슨한 주(州) 연합체에 가까웠다. 당시 13개 주의 위임을 받아 운영되던 대륙 의회는 독립전쟁 과정에서 누적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었지만, 세금을 직접 징수할 제도적 권한은 거의 갖고 있지 못했다. 영국은 여전히 미국 상선을 압박했고, 미국 해군력은 매우 취약했다.

북아프리카 바르바리 해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무역국가로 성장하려던 미국은 심각한 외교와 안보 문제에 직면했다. 모든 원인은 바로 허약한 재정이었다. 하지만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며 궐기한 13개 주의 핵심 쟁점은 무엇보다 과중한 세금과 폭력을 동원한 강제징수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새 정부에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불만과 폭동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미국 독립선언서(John Trumbull).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또 다른 문제는 부패였다. 미국 사학자 고든 우드(Gordon S. Wood)는 그의 책 『미국 공화국의 탄생』(The Creation of the American Republic, 1969)에서 당시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단순한 정부 실패가 아니라 "공화국 자체의 부패(corruption of the republic)"였다고 설명한다.

우드에 따르면 실제로 초기 미국 의회 언어에서는 덕, 부패, 자유, 분파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의원들과 혁명 지도자들은 로마 공화국처럼 새로운 공화국도 내부 분열과 권력 투쟁 속에서 쉽게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나라나 건국 초기에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력 상인과 지역 자본 세력 등과 결탁하고, 당선을 도운 이들은 이권 청탁 등으로 얽힌 부패 사슬을 만들어 냈고, 의회는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가 열렸다. 연방 권한의 확대와 재정 확충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등은 새로운 연방 헌법을 통해 보다 강한 중앙정부와 안정된 공화국 질서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거센 논쟁이 이어졌다. 강력한 연방정부는 다시 영국식 중앙 권력으로 변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1788년 버지니아 비준회의(Virginia Ratifying Convention)에서 패트릭 헨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헌법은 아름다운 요소를 가졌다고들 말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위험한 경향도 보입니다 (The Constitution is said to have beautiful features; but when I come near it, I see dangerous tendencies)"(Patrick Henry, Virginia Ratifying Convention, June 5, 1788).

이 발언은 유화적 레토릭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헌법의 내용 속에 담긴 진정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헌법이 담고 있는 생명권, 자유, 평등, 행복추구권 등의 가치는 매우 아름답게 들리지만 결국 군과 경찰 등 통치 자원을 독점한 연방정부의 비대한 권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영국처럼 국가의 통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John Trumbull.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반면 해밀턴은 『헌법 해설서 (The Federalist Papers)』 제30편에서 강한 국가 재정과 통합된 정부 없이는 공화국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 없는 권력은 단지 이름일 뿐입니다 (Power without revenue is a name)"(Alexander Hamilton, Federalist No. 30, January 1, 1788). 해밀턴은 초대 재무장관으로 워싱턴 휘하에서 전쟁에 참가하면서 허약한 병참과 열악한 전투 환경이 결국 재정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고, 정부 재정이 허약하면 국방, 해양 무역이 취약해져 결국 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강력한 재정을 갖춘 연방국가가 필요하며, 대통령은 영국 왕의 존재처럼 막강해야 하며, 연방의 실질적 통치자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연방정부의 강력한 권력 집중과 재정 권한의 독점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보여 온 입헌 의회는 1789년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상원과 하원이 공식 출범하면서 새로운 토론문화를 만들어 가야 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의회는 오늘날과 같은 안정된 대의 민주주의 공간이 아니었다.

미국 정치 사학자 조앤 프리먼(Joanne B. Freeman)의 두 연구, 명예의 문제『Affairs of Honor』(2001)와 건국기의 논쟁『Founding Debates』(2013)에 따르면, 초기 미국 하원의원 다수는 변호사, 대농장주, 상인, 독립혁명 지도자 출신 지역 엘리트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립된 공화국 차원의 전국 의회를 처음 접하는 정치 신인들이었기 때문에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원처럼 장기간 축적된 의회 관행이나 정당 규율의 기반 없이 새롭게 의회를 운영해야 했다.

그 당시 미국 의회는 4개의 질문을 놓고 격돌했다.

연방정부는 어디까지 강해져야 하는가,
주정부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가,
새로운 세금은 독립혁명의 정신을 배반하는 것인가,
중앙은행은 공화국의 안정을 위한 필수조건인가,
국가안보를 위해 강한 군대가 필요한가, 아니면 그것이 자유를 위협하는가.

그리고 이 질문들은 단순한 철학 논쟁이 아니라 실제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벌인 격렬한 토론의 핵심적 주제로 자리 잡았고, 이후 네브래스카-캔자스 폭동, 노예 해방 문제를 놓고 남북전쟁으로 연결되는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하원의원 회의장(The House of Representatives) /Samuel F.B. Morse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 National Gallery of Art]

건국 초기 의회, 하원의장의 역할과 질서

건국 초기 미국 의회가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질서와 규율의 문제였다. 당시 미국은 왕도, 귀족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화국이었다. 따라서 하원의장의 역할은 단순한 회의 진행자가 아니었다. 그는 혼란과 감정적 충돌 속에서 공화국의 절제와 의회 민주주의의 규칙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처럼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의회 관행과 불문율이 존재하지 않았던 미국에서, 초기 하원의장은 사실상 새로운 공화국의 토론문화를 직접 만들어가야 했다. 미국 정치 사학자 조앤 프리먼(Joanne B. Freeman)은 『Affairs of Honor』(2001)에서 초기 미국 의회가 개인적 모욕, 지역 갈등, 결투 문화가 뒤섞인 매우 불안정한 정치 공간이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Annals of Congress』를 보면 초대 하원의장 프레더릭 뮬렌버그(Frederick Muhlenberg)는 의원들의 고성과 방해 발언, 장내 소란을 반복적으로 제지하며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의장이 장내 질서를 요구하였다(The Speaker called the House to order)"거나 "의장이 해당 의원의 발언이 규칙에 어긋난다고 판정하였다(The Chair ruled the gentleman out of order)"는 표현이 초기 속기록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세금과 연방 권력을 둘러싼 논쟁은 초기 의회를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핵심 이슈였다. 1791년 위스키세 논쟁 당시 민주 공화파 의원들은 연방정부가 영국처럼 과도한 조세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서부 지역 주민들과 방청객들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초대 하원의장 프레더릭 뮬렌버그(Frederick Muhlenberg) /Joseph Wright, 1790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속기록을 보면 방청석의 고성과 책상 두드림이 이어지자 의장이 의사봉을 강하게 두드리며 질서를 요구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당시 하원의장은 헌법 제1조 제5항과 초기 하원 규칙(House Rules)에 근거해 방청석 통제, 발언 중지 명령, 질서 위반 의원 제지 등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미국 의회가 상대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모욕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칙을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의원들은 감정적으로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동시에 공화국의 틀 자체를 무너뜨리는 언어는 억제하려 했다.

다시 말해 초기 하원의장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화국의 언어적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제도적 장치였던 셈이다.

이러한 의장의 역할은 중앙은행 설립 논쟁이나 표현의 자유 논쟁에서도 더욱 중요하게 나타난다. 1791년 중앙은행 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제임스 매디슨과 연방파 의원들이 충돌했을 때, 북부 의원들의 환호와 남부 의원들의 야유가 반복적으로 이어졌고, 속기록에는 장내 소란과 질서 회복 요구가 계속 등장한다.

1798년 '외국인 및 선동법(Alien and Sedition Acts)' 논쟁에서는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더욱 거세졌다. 버몬트 출신 매튜 라이언(Matthew Lyon)이 "진실을 말하고 글로 표현할 자유는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The liberty of speaking and writing truth ought not to be restrained)"고 주장하자, 회의장은 사실상 토론이 중단될 정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연방파 의원들은 제퍼슨 계열 의원들을 "자코뱅주의자(Jacobins)"라고 공격했고, 민주 공화파는 연방파를 "군주제를 꿈꾸는 귀족들(monarchists)"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바로 이런 혼란 속에서도 하원의장은 반복적으로 의원들에게 절제된 표현을 요구하고 발언 규칙을 적용하며 공화국의 토론 질서를 유지하려 했다.

초기 미국 의회는 이미 심각한 분열과 지역 갈등 속에 놓여 있었지만, 동시에 하원의장의 권위를 통해 최소한의 절차적 질서와 공화주의적 토론문화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사진
[단독] 北 핵심인사 일가족 중국서 탈북했다고?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고위층 일가족이 중국 체류 중 우리 관계기관에 탈북·망명을 요청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정보 관계자는 15일 뉴스핌에 "중국에서 대표부 대표급으로 일해온 노동당 핵심 인사가 지난 7월 망명을 요청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현재 국가정보원의 보호 아래 합동신문과 국내 정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중국에 체류해온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의 일가족이 지난 7월 탈북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고위층 일가족의 한국행을 AI를 이용해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AI생성] 2026.09.15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확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노동당 대외 관련 핵심 부서의 간부급으로 중국으로 파견돼 일해온 이 인사는 부인은 물론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체류 고위급 북한 인사의 탈북·망명과 수용 조치가 확인된 건 이번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탈북·망명 동기와 관련해 이 인사는 한국과 서방국가의 자유로움과 발전상을 보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인 행태에 실망했고, 특히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평양 귀환을 하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망명해 온 인사가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공작 핵심 거점 도시에서 일해온 만큼 최근 북한의 대남 관련 동향이나 북중 관계 정보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대남적대 노선 노골화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사의 탈북과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지난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 참석한 조용원(앞줄 왼쪽)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핵심 간부와 가족들이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행사장 대형 화면에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2026.09.15 yjlee@newspim.com 해외 근무 북한 외교관이나 대표부 요원, 파견 근로자의 한국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했고,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2018년), 류현우 쿠웨이트 대리대사(2019년), 리일규 쿠바 주재 대사관 참사(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체류 국가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고위급 인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2026-09-15 10:3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