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선우예권이 7일 신보 발매 간담회에서 중학교 때 리스트를 쉽게 쳤으나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 15세 미국 유학 후 슈베르트 가곡으로 음악 본질을 깨닫고 20대에 리스트를 멀리했다가 지금 소리와 맞아 재도전했다.
- 베를린 성당에서 녹음한 앨범 '리스트'는 11곡을 피아노 노래로 구성해 리스트의 드라마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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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중학교 때 리스트 곡들을 1~2주 안에 배워 쳤다. 어려운 곡도 손쉽게 했다. 그런데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7)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신보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고백이다. 20년이 지난후 3년만에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리스트'를 내놓은 선우예권은 15일부터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선우예권이 리스트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는 "군더더기 없이 잘 쳤다. 말도 안 되는 템포로 쳐도 신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리스트 곡도 그랬다"며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하나 정작 음악이 무엇인지 몰랐다.
전환점은 15세에 건너간 미국 유학이었다. 앙상블과 실내악을 접하고 음반을 귀 기울여 듣기 시작하면서 슈베르트의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이 갑자기 가슴으로 쑥 들어왔다.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가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가곡에 빠져든 그는 이후 독일로 건너가 독일권 작곡가들에 깊이 뿌리내렸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작곡가로 슈베르트를 꼽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20대 중반 이후, 선우예권은 리스트를 완전히 내려놨다. "과시적이기도 하고 내적인 게 많지 않다고 느꼈다.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동경하면서도 거리를 뒀던 작곡가가 리스트였다. 각 음반별 작곡가 탐구에는 이처럼 저마다의 배경이 있었다. 첫 앨범 '모차르트'는 15세에 미국 유학길에서 처음 사사한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작곡가였고,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은 당시 자신이 감정 표현에 가장 자신 있던 작곡가였다. 리스트는 달랐다. 오래 멀리했다가, 다시 맞닿은 작곡가다.

◆ 20년이 지나 다시 꺼낸 이유… "내 소리와 맞겠다는 느낌"
그런 그가 왜 지금 리스트인가. 선우예권은 "앨범을 준비하면서 지금 내가 내는 소리, 터치감, 나의 색채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직관적 감각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소리는 구체적이다. "피아노를 칠 때 보통 소리를 조금 띄워서 내는 편"이라는 그는 "비눗방울이나 투명한 유리알, 와인잔 같은 소리"라고 자신의 색채를 표현했다. 라흐마니노프가 꽉 차고 묵직한 질량의 음악이라면, 자신의 피아노 터치가 리스트의 그 질감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이번 앨범에는 '위안', '사랑의 꿈', '메피스토 왈츠',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 같은 익숙한 곡과 함께, '고타 군주들의 묘지 섬'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소품, 슈만·멘델스존·슈베르트·데사우어 작품을 편곡한 트랜스크립션들이 수록됐다. 선우예권은 총 11곡을 4가지 범주로 구성했다. 1~3번은 회상과 명상, 4~6번은 예술가곡의 친밀함, 7~8번은 유혹과 사랑, 9~10번은 오페라적 요소에 집중했으며, 마지막 '헝가리안 랩소디'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피날레를 맡는다. "피아노로 하는 노래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처럼, 리스트의 기교가 아닌 리스트의 목소리를 담으려 한 구성이다.
녹음은 독일 베를린의 한 성당에서 진행됐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공간이다. 선우예권은 "교회 특유의 음향과 공간감이 살아 있어서 굉장히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 "리스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완성이 아닌 도전으로서의 앨범
선우예권은 "리스트의 드라마를 전달할 수 있다면 피아니스트로서 많은 기교가 갖춰진 것이다. 기교가 있어야 상상하고 추구하는 것을 색칠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리스트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넘어야 할, 넘어서고 싶은 산"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직 그 앞에 서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20대의 자신이 "기교만 있었다"고 반성하고, 30대의 지금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선우예권은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자신을 특정 색깔로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밝혔다. "어떤 분은 저를 봤을 때 서정적인 곡만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시고, 어떤 분은 좀 화끈하게 몰아치는 것을 좋아하세요. 이 앨범의 경우 잔잔한 서정성과 몰아칠 때는 한 번에 몰아치는 대조되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해요"라고.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