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중동 전장서 요격률 입증…동남아 다층방공 수요와 직결
HD현대중공업, MRSS·연안전투함·잠수함까지 맞춤 포트폴리오 제시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19~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방산전시회 'DSA 2026'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잇따라 수출 성과와 협력 성과를 내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에서 실전 운용으로 신뢰성을 확보한 한국산 방공체계와 함정 플랫폼이 남중국해 긴장, 영해 분쟁, 재난 대응 역량 강화 등 동남아 특유의 복합 안보 수요와 맞물리면서, K-방산 수출 축이 중동에서 아세안으로 본격 이동하는 양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통합 한국관을 꾸려 전장·지휘통제·무기체계·MRO(정비·수리·유지)를 묶은 '패키지 진출' 모델을 시험하고 있어, 단건 계약이 아닌 장기 파트너십 기반 시장 진입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현장을 찾은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해군·공군 대표단은 유도무기와 함정, MRO·기술협력 패키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연쇄적인 후속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LIG D&A '해궁' 첫 수출…함정 생존성 높이는 '듀얼 시커' =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는 LIG D&A의 함정용 대공방어 유도무기 '해궁' 수출 계약이다. LIG D&A와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22일 전시회장에서 해궁 공급 계약을 맺고, 말레이시아 해군 함정 3척에 탑재할 미사일을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940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로, 해궁의 첫 해외 수출이자 한국 함대공 미사일이 동남아 해군 방공망에 처음 편입되는 사례다.
해궁은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2011년 개발이 시작됐으며, 해군에서 실전 배치를 통해 신뢰성을 검증받은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이다. 함정을 향해 날아오는 대함유도탄과 항공기 등 저고도 공중 위협을 근거리에서 요격하는 역할을 맡아, 기존 근접 방어체계(CIWS)를 대체·보완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무기 체계의 핵심 경쟁력은 이중모드 탐색기(Dual Seeker)를 적용한 정확도다. 전자전 환경이나 복합 교란 상황에서도 표적 추적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한 발 한 발의 명중 가능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홍준기 LIG D&A 수석매니저는 "해궁의 가장 큰 장점은 듀얼 시커를 활용한 높은 정확도이며, 이 정확도가 곧바로 함정의 생존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기 체계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이번 해궁 도입을 2019년부터 추진해왔으며, 신규 건조함과 기존 함정의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추가 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홍 수석매니저는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앞으로 말레이시아 해군의 여러 플랫폼에 대한 해궁 추가 수출 전망도 밝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신규 함정 건조와 기존 함정 업그레이드 사업에서 추가 사업 기회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천궁-II, 중동 전장서 검증…동남아 다층 방공 수요 자극 = 중동 전장에서 실전 요격 실적을 올린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역시 이번 DSA 2026에서 동남아 각국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천궁-II는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다층방어 능력을 갖춘 체계로, 중동에서 실전 요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전해지며 '검증된 방공체계' 이미지를 확보했다.
천궁-II는 다기능 레이더와 교전통제소, 발사대, 요격 미사일로 구성되며,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LIG D&A가 체계를 통합한다. 운용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신속한 납기와 함께,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공동 생산 옵션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중동과 동남아 바이어들에게 강점으로 꼽힌다.
홍준기 수석매니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천궁에 대한 요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대항공기와 탄도탄 요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 체계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 보도에서 높은 요격률이 소개된 이후 말레이시아 공군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문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3년 전부터 진행해온 말레이시아 공군 대상 프로모션을 바탕으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MRSS 앞세워 '15-to-5' 함대 개편 정조준 = 함정 분야에선 HD현대중공업이 말레이시아 해군의 '15-to-5' 함대 구조 개편 계획에 맞춘 함정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웠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현재 15종에 이르는 노후·복잡한 함정 구성을 5개 선종으로 단순화하는 현대화 로드맵을 추진 중이며, 다목적지원함(MRSS) 2척 도입 사업은 약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한 MRSS는 배수량 약 1만1000톤급, 전장 약 154m, 전폭 24m 규모의 대형 플랫폼이다. 동시에 헬기 2대를 운용할 수 있고 상륙작전에 필요한 병력과 장갑차, 군수물자를 함께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용열 HD현대중공업 함정사업본부장(부사장)은 "장갑차 18대 이상을 운반하고 병력도 140명 이상을 한꺼번에 이동시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과 상륙 능력을 갖춘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가 MRSS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도서 지역이 많은 지리적 특성과 재난·구조·구난 작전 소요가 겹쳐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HD현대중공업은 다목적지원함 외에도 연안임무함(LMS), 연안전투함, 차세대 경비함, 잠수함 등 5종의 최적화 모델을 한꺼번에 제시하며, '15-to-5' 계획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공급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현재 말레이시아 함대의 함정 종류가 너무 많은데, 이를 5종으로 압축하려는 구상에 맞춰 다목적지원함부터 호위함, 소형 연안전투함, 잠수함까지 말레이시아가 필요로 하는 모델을 모두 포트폴리오로 제시하고 있다"며 "다목적지원함을 시작으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5년 내에 전 선종이 말레이시아 함대에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MRO·인력 양성까지…'패키지 수출' 모델 제시 = HD현대중공업은 말레이시아 국방대학교와 현지 조선소 LUNAS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기술 인력 양성, 함정 건조,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건조·공동 생산·후속 군수지원까지 포괄하는 장기 파트너십 구조를 구축해, 동남아 해군력 재편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시장이 K-방산의 차세대 전략시장으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양 분쟁, 도서 방어·상륙전 소요, 재난 대응 임무 확대, 노후 러시아·서방 장비 교체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과 빠른 납기,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체계적인 후속 군수지원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국가 대비 강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중동에서 시작된 K-방산의 돌풍이 이제 동남아로 본격 번지는 가운데, 해궁·천궁-II 같은 유도무기 수출을 발판으로 함정, MRO, 기술협력까지 아우르는 종합 수출 모델이 자리 잡을 경우 동남아는 한국 방산의 새로운 전략 전초기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