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가격 상승 1년 뒤 유가 30% 내려…하락 확률 98%
"현재 선물 백워데이션 감안, 유가 상승 베팅 어려워"
향후 변수는 계절성…"중동 산유국 4~9월 석유 수출 통제"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가 50~60%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선물시장에서는 유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단기 급등세와 달리 시장에서는 이미 '고점 인식'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원유 테마 ETF 수익률은 59.63%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개별 상품별로는 'KODEX WTI원유선물(H)'이 61.54%,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57.71% 상승하며 나란히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단기간 급등한 영향이다.

하지만 선물시장 흐름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원유 시장에서는 근월물(만기일이 가까운 상품) 가격이 차월물(만기일이 먼 상품) 가격을 웃도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 관찰되고 있다. 통상 선물시장은 만기가 멀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구조는 시장이 단기 급등 이후 가격 안정 또는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장중 6월물 대비 배럴당 약 15.70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사상 최대 수준의 가격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단기적 수급 왜곡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공급 부족 프리미엄이 근월물 가격에 붙어 있다"며 "역사적으로 이 정도 극단적 스프레드는 일시적으로만 관찰됐고, 지속됐던 경우는 스프레드가 2~3달러로 축소된 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과거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다. 유진투자증권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단기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진 이후 1년 뒤 유가는 평균적으로 약 30% 하락했으며, 일간 기준으로는 하락 확률이 9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 급등 이후 되돌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은 2022년 러·우 전쟁은 물론이고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보다 더 큰 수준"이라며 "현재 선물 백워데이션을 감안하면 앞으로 1년을 놓고 유가 상승, 하락 둘 중 하나에 베팅해야 한다고 할 때 상승에 베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 방향성을 둘러싼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생산성'이 아닌 '계절성'이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력원의 40% 이상이 석유인 중동 산유국들은 4월부터 9월까지 냉방 시즌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맘때마다 자국 내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 수출을 통제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수출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