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팩토리'와 엔비디아 협력이 핵심 경쟁력
수익성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2027 회계연도 AI 서버 500억 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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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델테크놀로지(종목코드: DELL)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기업처럼 보였다. 팬데믹 특수로 반짝 성장했던 PC 사업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2022년 주가는 한 해에만 3분의 1가량 폭락했다. 한때 PC 산업의 상징이었던 이 회사가 '포스트 PC 시대'에 어떤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은 깊어만 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닥치자 상황은 극적으로 뒤집혔다. 델은 기업들이 갑자기 필요로 하게 된 AI 인프라를 정확히 갖춘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단 2년 만에 25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사업을 새로 구축했고, 1135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대형 기업으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실시간 재창조'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죽어가던 PC 기업, AI 인프라 강자로 탈바꿈
델테크놀로지는 1980~90년대 직접 소비자 판매 모델을 개척하며 맞춤형 PC를 제공, 컴퓨터 대중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부상하면서 애플(AAPL) 로고가 없는 하드웨어는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결국 델은 2013년 비상장 전환을 통해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전환점은 AI 붐과 함께 찾아왔다. 지난 2016년 델과 EMC 코퍼레이션의 합병으로 탄생한 지금의 델테크놀로지는 현재 'IRSS(Integrated Rack Scalable Systems)'를 통해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위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한다. 플랫폼 설계부터 냉각 방식, 랙 구성, 전력 최적화까지 사전에 고객과 함께 설계하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 서비스를 포함해, 배포·지속 지원·스토리지·금융까지 아우르는 풀 서비스 패키지다.
이 사업의 성장 속도는 경이롭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출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2026 회계연도(2026년 1월 종료 기준)에는 AI 최적화 서버 매출이 247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AI 관련 주문 수주액은 6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연말 기준 미처리 주문 잔고(백로그)는 43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실적만 놓고 보면 AI 최적화 서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2% 폭증한 9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규 AI 주문은 341억 달러에 달했으며, AI 서버 출하량도 95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 기회가 우리 회사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43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수주 잔고를 보유한 채 새 회계연도를 출발한다는 것은 우리의 엔지니어링 리더십과 차별화된 AI 솔루션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 'AI 팩토리'와 엔비디아 협력이 핵심 경쟁력
델 전략의 핵심은 회사가 'AI 팩토리(AI Factory)'라 부르는 개념이다. 이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구축된 엔드 투 엔드 인프라 스택으로, 엔비디아(NVDA)와 협력해 개발한 GPU 서버, 대규모 스토리지 사업, 네트워킹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다.
데이비드 케네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든 것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 어떻게 관리하고, 저장하고, 활용하고, 배포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델은 99.9% 이상의 가동률로 시스템을 구축·배포·서비스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재 델은 고객사와 함께 4000개 이상의 엔터프라이즈(기업용) AI 팩토리를 운영 중이며, 4분기에만 750개 이상을 새로 추가했다. AI 서버의 주요 고객군은 코어위브(CRWV), 엔스케일 글로벌 홀딩스 등 컴퓨팅 파워 임대 기업(네오 클라우드), 전통 기업 고객, 주권형 AI 구축 기관까지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케네디 CFO는 수요 배경으로 "뒤처질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네오 클라우드, 주권형 AI 구축, 기업 고객 기반 전반에서 전방위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5개 분기에 걸친 기회 파이프라인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 수익성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AI 서버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케네디 CFO는 AI 인프라 사업에서 한 자릿수 중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4분기 서버·네트워킹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4.8%로, 시장 평균 전망치(12.9%)를 크게 상회했다.
"500억 달러 규모에서 한 자릿수 중반대 마진이라면, 절대금액으로는 상당히 큰 수익"이라는 게 케네디의 설명이다. 공급 제약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AI 인프라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킬 만큼 부품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수십 년간 축적된 공급망 관계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경쟁사와 달리 델이 2027 회계연도 전체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 자체가 필요한 공급을 확보했다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 2027 회계연도 AI 서버 500억 달러 전망
델은 2027 회계연도(2027년 1월 종료)에 AI 최적화 서버 매출로 약 5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03% 성장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체 매출 가이던스는 1380억~1420억 달러로 제시됐으며, 포춘 500대 기업 44위인 델의 중간치 기준 매출은 약 1400억 달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아시아 공급망 현지 점검을 마친 후 "AI 서버 수요가 여전히 매우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기 매출은 주로 엔비디아의 GB300 기반 시스템에 의해 주도되며,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VR-랙 출하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BofA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델의 2027 회계연도 AI 서버 매출 가이던스 500억 달러가 "결국 보수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연간 추정치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1분기 AI 서버 매출 전망치도 13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높이며 델 목표주가를 155달러에서 172달러로 올렸다.
에버코어 ISI도 델에 대한 '시장수익률 상회' 투자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60달러에서 20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CPU 기반 서버 수요 증가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월가 전반의 컨센서스를 보면, CNBC 집계 기준 26개 투자은행(IB) 중 6곳이 '강력 매수', 14곳이 '매수', 5곳이 '보유'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은 1곳에 불과하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168.28달러이며, 최고 목표주가는 220달러, 최저는 110달러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