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오랫동안 인간의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이해되어 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이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은 이 전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제 기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생활공간에 직접 개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거 Amazon Alexa와 같은 스마트 스피커는 사용자의 요청에 반응하는 '정보 도구'였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Sprout와 같은 가정용 로봇은 집 안을 이동하며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물건을 옮기고, 아이와 상호작용한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데이터 처리 수단을 넘어 '생활의 일부'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법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 개인정보 보호 체계는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가정용 로봇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생활 자체에 개입한다. 즉, 위험의 성격이 "정보 침해"에서 "생활공간 침해"로 확장된 것이다.
특히 문제는 '공간 프라이버시'의 약화이다. 기존 CCTV는 고정된 위치에서 제한된 범위만을 촬영한다. 반면 가정용 로봇은 이동하면서 집 전체를 인식하고 기록할 수 있으며, 방문객이나 가족 구성원 등 '비이용자'의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수집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기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가정용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편리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일정 수준의 데이터 수집은 서비스 개선과 효율성을 위한 것으로 이해되며, 개인 역시 그 대가로 편익을 얻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다시 말해, 프라이버시는 일정 부분 교환 가능한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등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다 본질적인 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가정이라는 공간에 기술이 침투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개인정보 보호뿐 아니라 '생활의 비침해성' 자체를 중시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화적·헌법적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동일한 기술이라도 사회적 수용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향후 법제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식 접근이 혁신과 편의를 중시한다면, 한국과 유럽의 접근은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 보호를 보다 우선시한다. 문제는 가정용 로봇이 이 두 가치인 편의와 자유를 동시에 시험하는 기술이라는 데 있다.

또한 가정용 로봇은 기업 권력의 문제와도 깊이 연결된다. 이 기술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기업과 연결된 데이터 수집 장치이다. 로봇은 가정 내부의 행동, 대화, 생활 패턴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과거 어떤 기술보다도 깊이 개인의 삶에 침투한다. 결국 우리는 "집 안에 설치된 기업의 센서"라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은 새로운 방향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가정 내 상시 감시를 제한하는 규범, 데이터의 외부 전송을 최소화하는 원칙, 비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치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로봇의 행동과 판단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 역시 중요한 법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EU AI Act는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용 로봇과 같이 사적 공간에 깊이 들어오는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편리함을 위해 일정 수준의 감시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사생활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기술의 개입을 제한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 선택의 문제이다.
가정용 로봇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는 규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기준으로 기술을 재설계하는 법적 상상력이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