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방비 242조, 전년 대비 42% 늘어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경제계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를 상대로 "정부 재정에 돈을 기부하라"고 촉구했다. 푸틴이 재벌들을 상대로 돈을 내라고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만 4년이 지나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국방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재정이 심각한 압박을 받자 기업인들을 상대로 본인이 '수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주요 기업인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기부를 요청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돈바스 지역의 90%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루한스크주(州)는 100% 장악했고, 도네츠크주는 83~85%를 점령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중재한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서의 철군을 거부했기 때문에 전쟁 계속이라는 결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FT는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쟁이 러시아 정부 재정에 크게 부담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바스 지역의 완전 병합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내세웠던 명분이자 목표였다. 러시아계 인구가 많아 이전부터 친러 무장세력이 자치와 독립을 주장했던 지역이다. 푸틴은 이 지역의 친러계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만큼 러시아 재벌들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당장 투자·금융·자원 분야 재벌인 술레이만 케리모프가 1000억 루블(약 1조8500억원)을 기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알루미늄 등 금속 분야 재벌인 올렉 데리파스카도 기부에 동의했다고 한다.
푸틴 정부가 경제계를 압박하는 데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쟁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예산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전쟁을 시작할 때 "2주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러시아의 지난해 국방비는 전년도에 비해 42% 급증한 13조1000억 루블(약 242조3500억원)에 달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 동안 주로 세금 인상을 통해 전비를 조달했다.
지난해 1월에는 부가가치세(VAT)를 2%포인트 인상한 22%로 만들었다. 중소기업으로부터 향후 3년간 6000억 루블(약 11조1000억원)을 더 걷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지난 2023년에는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10%의 일회성 초과이익세를 부과해 3200억 루블을 조달했다. 막심 러셰트니코프 경제부 장관은 "루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추가로 초과이익세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의 경우 재정적자가 이미 연간 예상치의 90%를 초과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란 전쟁의 발발 이후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하루 최대 1억5000만 달러(약 2230억원)의 추가 재정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배럴당 52 달러 정도에서 70~80 달러 수준으로 올랐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이 같은 횡재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