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208일분 있다면서 활용 못해
비축기지 32% 낮잠…비축전략 실패
비축유 늘려 수급조절 기능 강화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 의존도가 높은 두바이유가 두배 이상 급등하면서 민생경제와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208일분'이라는 비축유는 잠자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지만 정작 비축유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두바이유 170달러 육박…민간 재고량도 '바닥'
26일 산업통상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42.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배럴당 169.7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틀째 하락한 모습이다. 전쟁 이전인 지난달 27일(71.24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그래프 참고).
![]() |
전쟁의 여파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주유소 석유가격은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통해 억제하고 있지만, 민간 정유사의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황이어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급한대로 UAE로부터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긴급도입하기로 확정했지만, 실제로 국내에 들어온 지난 25일 여수 비축기지로 입고된 200만 배럴뿐이다.
정부가 긴급 도입하는 원유도 현지 시세를 감안할 때 평시보다 두 배나 비싸게 들여온다는 점에서 손해가 막심하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긴급 도입되는 원유의 가격은 별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현지의 시장가격을 감안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원유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 "평상시의 두배 이상 높은 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비축기지 확대하고도 32% 놀려…석유비축 전략 실기 '자충수'
정부가 비축유 방출에 신중한 것은 수급조절 기능보다는 '최후의 안전판'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08일분(세계 5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해 왔지만, 수출분까지 포함한 하루 실제 사용량(약 290만 배럴)을 감안하면 68일분에 불과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비축유를 활용하기 힘든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비축기지의 32%가 텅 비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석유 비축기지는 총 1억 4600만 배럴 규모인데, 이 중에서 4600만 배럴(32%)은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참고).

석유공사가 2021년 11월 월산 석유비축기지(1030만 배럴)를 준공하면서 비축역량이 크게 확대됐다. 전국의 9개 기지(울산, 거제, 여수, 서산, 구리, 평택, 용인, 동해, 곡성)에 총 1억 4600만 배럴 규모로 확대됐다.
하지만 현재 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기지는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IEA 기준 50일분(하루 90만 배럴)이며, 실제 사용량 기준로도 16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비축기지의 3분 1을 왜 놀리고 있는지, 정부와 석유공사 모두 쉬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긴축재정을 추구했던 윤석열 정부 당시 석유 비축량을 늘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저유가 때 비축 늘려…수급조절 기능 강화해야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비축기지를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을 특정 정부의 책임만으로 몰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석유비축기지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유가 때 석유 비축량을 늘려 고유가 때 수급조절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경우 민생에 영향이 큰 품목들을 선정해 정부가 적극 수급조절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석유의 경우 배추나 사과, 수산물처럼 썩지도 않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수급조절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IEA 권고기준(90일)보다 훨씬 많은 저장 시설을 지어놓고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석유비축기지의 3분의 1을 놀리는 것은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급등으로 경우 수급조절 기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향후 어떻게 개선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비축유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면서 "비축유를 활용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drea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