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이 "명백히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주요국 지도자들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것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외무부에서 열린 '외무부 재건 75주년 기념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이란 전쟁은 정치적으로 재앙적인 실수"라고 규정하며 그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의 외교 정책은 국제법 위반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내 견해로는 명백히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에 대한 임박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미국 행정부 내부의 많은 이들조차 동의하지 않는 견해"라고 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독일 외교의 거물'이자 '국가적 양심'으로 통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니더작센주 주지사일 때 비서실장을 지내고 슈뢰더가 연방 총리가 된 후에는 연방 총리실장을 역임해 슈뢰더의 오른팔로 불렸으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집권기에는 두 차례 외무장관을 지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타결 때 핵심 중재자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7년 제12대 독일 대통령이 선출됐으며 지난 2022년 여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재선에 성공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만약 이 전쟁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이라면 이 전쟁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고 불필요했다"며 "이런 점이 나를 가장 좌절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이란 핵합의 이후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핵합의를 파기했고, 두 번째 임기에 전쟁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는 현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정부의 외교 정책도 비판했다. 메르츠 총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전쟁의 불법성을 정확히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현 정부는 독일의 대외 관계에서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었다"며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러시아 관계로 돌아갈 수 없듯이 2025년 1월 20일(트럼프 2기 취임) 이전의 대서양 동맹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상 독립적인 국가원수의 견해"라며 선을 그었다.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 측은 "국가원수가 동맹국과의 외교적 채널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감정적이고 위험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사민당과 녹색당 등에서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독일의 양심을 대변했다"며 환영했다. 이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침묵하는 것은 독일의 도덕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동에서도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은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이란의 임박한 위협이 없었다"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명하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서방 국가 내에서도 이번 전쟁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양심적인 목소리가 나왔다"며 반기는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