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은 나왔지만 AI 창작물 관리 현장은 공백
복지부·문체부에 제도 정비 참고자료로 활용 통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감사원이 정부의 인공지능(AI) 대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보건·의료 분야 공공데이터가 기업이 실제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방·표준화되지 않았고,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관리 기준도 현장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4일 '인공지능 대비실태 Ⅱ(보건·의료분야 개인정보 데이터 제공과 저작권 관리 분야)'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인공지능 개발은 지원하면서도 기존 권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추진해 왔지만 이번 감사에서 개인정보의 AI 개발 활용 분야와 AI 생성물의 저작권 인정 분야에서 각각 문제점이 확인됐다.

◆ 심평원 20만GB·국립암센터 23만GB 보유에도…AI 기업 제공은 17건뿐
감사원이 보건의료 공공데이터 활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주요 공공기관들이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도 실제 AI 기업에 제공한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비정형데이터 20만6848GB를, 국립암센터는 암 진단·치료 과정에서 생산된 비정형데이터 23만GB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심평원·국립암센터·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등 3개 기관이 202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AI 기업에 제공한 실적은 정형데이터 17건에 그쳤다.
감사원은 보건·의료 분야가 공공데이터 개방 수요 1위인데도 실제 AI 개발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와 수량이 부족하고 활용 체계도 기업 수요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심평원의 경우 방대한 비정형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상당수 자료를 표준화하지 않은 채 단순 보관하고 있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심평원이 표준화 조치를 완료한 비정형데이터는 전체 보유량의 0.5% 수준에 불과했고 이렇게 구축한 데이터도 산업계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해당 비정형데이터의 AI 기업 이용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립암센터는 자체적으로 축적한 23만GB 규모 비정형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내부 직원이 연구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이용을 허용하면서 외부 AI 기업은 자료 제공 신청 자체가 제한됐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Hub' 사업을 통해 별도로 생산된 6614GB 데이터만 외부 제공 중이었는데, 이는 전체 보유량의 2.8% 수준이었다.

◆ 반출도, 원격도 안돼…기업은 평일 낮에만 방문 이용
데이터 제공 방식 역시 기업들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데이터의 AI 기업 제공 방식은 반출과 보안성이 확보된 폐쇄망을 활용한 원격이용, 방문 이용으로 나누어진다. 감사원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반출은 물론 원격이용조차 제한한 채 방문 이용만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AI 기업들은 정보제공시설 운영시간인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직접 기관을 방문해야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는 정부가 2023년 이후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 등을 통해 재식별 위험이 낮은 정보부터 반출 확대를 유도해 온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는 모습이라고 봤다.
실제 보건의료 AI 기업들은 정부 간담회에서 "국내 데이터 접근성이 낮아 해외 데이터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데이터는 반출과 원격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공공데이터가 형식적으로만 축적돼 있을 뿐 AI 기업이 실제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방·정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정부는 "인간 기여 있어야 저작권"…현장은 AI 창작물 걸러낼 기준 없어
저작권 분야에서도 제도와 현장 운영 사이 괴리가 확인됐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2023년 말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통해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경우에만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공공 저작물을 관리하는 한국문화정보원을 뺀 11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AI 생성물에 대한 별도 처리기준 없이 저작권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경우 2024년 200곡 이상 음악저작권 관리를 신규 위탁한 작곡가들 가운데 일부를 표본 분석한 결과 8540곡 중 5200곡(60.9%)이 AI를 활용해 작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곡가별로 보면 13명은 위탁곡의 90% 이상이, 2명은 전곡이 AI 활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협회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 여부나 AI 기여 비율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에는 보건의료 공공데이터의 종류·수량·제공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 문체부에는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의 AI 생성물 처리 기준을 정비할 때 각각 이번 감사 결과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