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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개시 이후 약 3주간 시장은 하나의 안이한 전망에 기대어 왔다. 석유 공급 차질은 단기에 그칠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화 사이클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 전망이 금요일 무너졌다.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다. 금값은 1983년 이후 최악의 주간 낙폭을 향해 치달았다. 한때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일 가능성을 동전 던지기 수준(50%)으로 반영했다. S&P500 지수는 1년 만에 가장 긴 주간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 갔다.

분쟁이 발발한 이후 시장은 여러 차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 왔다. 그러나 이번 주는 상황이 한 단계 격화됐다. 미국 당국자들이 이란의 카르그섬 원유 수출 허브를 장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백악관이 수백 명의 해병대를 중동에 파견할 것임을 시사했다.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는 브렌트유는 더 이상 일시적인 급등세가 아니다. 투자자와 중앙은행, 기업 경영진 모두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고착된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연준은 수요일 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유가 충격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지나치게 불투명해진 탓에 완화 일정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 중앙은행들은 같은 문제의 더 가혹한 형태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發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악화 일로의 성장 전망은 인하를 더욱 절박하게 요구하는데 중앙은행들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한 주는 청산의 시간이었다"며 "시장의 모든 영역이 이번 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현실, 그것도 최악의 시나리오인 역내 에너지 인프라 전체에 대한 직접 공격이 현실화된 상황임을 마침내 직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지수에 따르면 크로스마켓 스트레스는 지난해 관세 충격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금리 하락을 전제로 주식과 크레딧 전반에 구축됐던 포지션들이 동시에 풀리고 있고 신흥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장기화되는 중동 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금요일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에 협력하지 않는 군사 동맹국들을 또다시 맹비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변동성이 격화된 목요일 소시에테제네랄은 글로벌 주식 비중 추천을 5%포인트 낮추는 대신 원자재 비중을 동일한 폭만큼 높였다. BCA리서치는 고객들에게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 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투자 리서치 부문은 방어적 포지셔닝을 권장하며 3개월 전술적 자산배분에서 현금을 비중 확대, 크레딧을 비중 축소, 여타 주요 자산군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나티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포트폴리오 전략가 개릿 멜슨은 최근 소형주 익스포저를 줄이고 대형 성장주와 기술주 비중을 높였다며 "날이 갈수록 시장은 파장이 점점 더 길고 넓어진다는 것을 조금씩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때 발생하는 피해는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피해는 가계 예산, 기업 마진, 금융 여건, 통화 시장, 중앙은행 신뢰도라는 특정 경로를 통해 순차적으로 전달되며 각 경로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최종 피해 규모는 유가 단독으로 암시하는 수준을 크게 웃돌 수 있다.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는 금요일 높은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고용 약화는 여전히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쟁은 이미 더욱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유가의 고공행진이 더 길게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고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투자 리서치 부문의 자산배분 리서치 헤드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스만은 "금리·에너지 충격이 지속되거나 심화된다면 자산 전반에 걸쳐 성장 가격 책정이 더 약세 방향으로 이동해야 할 위험이 있다"며 "시장이 성장 위험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적어도 미국 주식의 낙폭이 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초기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BofA 인스티튜트는 갤런당 가격 상승분의 약 80센트가 이번 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했다. BofA의 신용·직불카드 통합 데이터에 따르면 3월 14일로 끝난 주간의 휘발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넘게 급증했으며 이 돈은 다른 소비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충격이 지속된다면 소비자 심리는 계속 침식될 위험에 처해 있다.
부담은 주유소를 훨씬 넘어서는 영역으로 확산된다. 차입 비용 하락을 전제로 2026년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은 계획 재검토를 강요받을 수 있고 에너지 집약적 산업들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고객들에게 전가하거나 자체 흡수해야 할 비용 충격에 직면해 있다. 사실상 모든 공급망에 내재된 연료인 경유는 휘발유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올랐으며 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더 광범위한 역풍을 예고한다. 금융시장에서의 조정도 더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가정했던 밸류에이션과 크레딧 스프레드에는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 있고 해외 경제에 투자된 자금은 국내 정책이 상쇄하기 어려운 자본 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JP모간 에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리야 미스라는 "이번은 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충격이고 재정·통화·에너지 정책 모두 손쉬운 대응 수단이 없는 만큼 경기침체 위험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 프리미엄은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며 "주식과 크레딧 스프레드는 기업과 가계의 기초 체력이 에너지 충격을 버텨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나치게 높은 회복 탄력성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