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기기를 넘어 한 개인의 삶 그 자체를 담고 있는 '디지털 저장고'이다. 형사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메시지, 통화 기록, 사진 등은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법적인 영역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통해 접속하는 '클라우드(Cloud)' 속 방대한 데이터 역시,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영역일까?
과거의 압수수색이 특정 장소의 서류 뭉치를 가져오는 '공간적' 개념이었다면, 디지털 압수수색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너머의 정보를 추출하는 '기능적' 개념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기술적 편의성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앞설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에 있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그 기기와 연결된 '원격지 서버(클라우드)'에 접속하여 전자정보를 내려받는 방식의 수사를 진행할 때, 영장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별도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취지라는 판결을 내놓았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1452 판결).
이 판결의 핵심은 휴대전화라는 '매체'의 소유권과 그 매체를 통해 연결된 클라우드라는 '가상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엄격히 구분한 데 있다. 클라우드에는 사용자의 수년 치 기록, 민감한 개인정보, 심지어 범죄와 무관한 제3자와의 공유 데이터까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를 넘어 클라우드 전체를 탐색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포괄적 저인망식 수사'가 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절차적 정당성'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저장매체에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선별하여 추출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거나,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즉시 교부하지 않는 행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2. 7. 14. 2019모2584 결정).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특성상,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 밖의 정보를 가져가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사후에 검증하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형사 변호사로서 필자는 현장에서 이러한 '디지털 정보'의 침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수사기관은 신속한 증거 확보를 이유로 클라우드 접속을 당연시하기도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위법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디지털 증거는 복제와 변형이 용이하여, 수집 과정의 작은 절차 위법만으로도 증거능력이 통째로 상실될 수 있다. 절차위반을 통한 무리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독이 될 뿐이다.
결국 기술의 진보는 수사기관에게 큰 효율성을 주는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절차적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특히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은 반드시 법관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인권 보호는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영장의 문언 한 줄을 엄격히 해석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의 참여를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헌법상의 영장주의가 박제된 원칙이 아닌 살아있는 규범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조계 전체의 세밀한 감시와 성찰이 필요하다.
김호정 법무법인(유) 화우 파트너 변호사
• 2019-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 2018-2019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 2014-2018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
• 2014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1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06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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