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5개월여를 숨 가쁘게 달려온 2025~2026 V리그 정규리그가 19일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남녀부 정규리그 1위는 대한항공과 한국도로공사로 일찌감치 확정된 가운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규리그 MVP는 매 시즌 취재 기자단 투표로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정규리그 1위 팀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2005년 프로 원년부터 직전 2024~2025시즌까지 21차례 시상식 가운데 남녀부 각각 3번을 제외하면 MVP는 늘 1위 팀 선수의 몫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에 기여한 공이 그만큼 크게 평가된다는 의미다.

남자부에서는 대한항공을 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현대캐피탈에 내주며 통합우승 5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왕좌 탈환을 위해 구단은 올 시즌 브라질 출신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을 영입했고 시즌 전부터 고강도 훈련에 돌입했다. 헤난 감독은 2007년부터 팀을 이끌어 온 '원클럽맨' 한선수에게 코트 위 공격 작업의 전권을 맡기는 대신 "내가 원하는 몸 상태를 만들어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을 넘긴 한선수는 쉽지 않은 훈련량을 버텨내며 체력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올 시즌 33경기(124세트)에 나서 정확한 토스와 다채로운 볼 배급으로 대한항공 공격을 지휘했다.
전임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시절보다 플레이 자유도가 높아진 것도 한선수에겐 호재였다. 헤난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속공과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대한항공의 '확률 높은 배구'를 이끌었다. 세트당 성공 10.5개로 세트 부문 개인 순위는 6위에 그쳤지만 41세의 나이에 정규리그 1위 팀의 리듬을 끝까지 유지한 '코트 사령관'으로서의 존재감이 컸다. 2022~2023시즌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최고령 수상 기록을 세웠던 그는 이번 시즌 그 기록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팀 주장 정지석도 유력한 경쟁자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은 시즌 초반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 정한용과 삼각편대를 이루며 대한항공의 개막 10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KB손해보험전 준비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쳐 한 달여 결장했지만, 복귀 후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정규리그 막판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MVP 출신답게 올 시즌 27경기에서 434득점, 경기당 평균 16.1점, 공격 성공률 53.5%를 기록했다.
여자부 MVP 레이스는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카메룬 특급' 레티치아 모마(등록명 모마)와 GS칼텍스를 봄 배구로 이끈 '쿠바 특급'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의 2파전이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단숨에 정규리그 1위로 도약하며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 중심에 모마가 있었다. 도로공사는 앞선 시즌 FA 최대어 강소휘를 영입하며 날개 공격을 강화했지만 외국인 공격수 니콜로바(불가리아)의 결정력 부재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V리그 경험이 풍부한 '경력직' 모마를 영입했고, 모마는 탄력과 파워를 앞세워 오른쪽 공격을 책임졌다. 정규리그에서 득점 2위(948점), 공격 종합 3위(성공률 44.8%)에 오르며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맡았다.
실바는 팀 성적의 약점을 개인 성적으로 메우고 있다. 2023~2024시즌 V리그에 입성한 그는 첫 시즌 1005점, 지난 시즌 1008점을 기록하며 여자부 최초 2년 연속 1000점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에도 팀 공격의 40% 이상을 책임졌다.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기준 실바는 1083점을 기록해 여자부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남녀부를 통틀어 최초로 3년 연속 1000득점을 달성했다. 공격 성공률도 약 47.3%로 전체 1위다. 현대건설과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3-0 완승을 이끌며 GS칼텍스의 정규리그 3위,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은 점도 MVP 경쟁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규리그 MVP는 매년 1위 팀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자부는 대한항공 한선수로 무게추가 기운다는 게 배구계 중론이다. 반면 여자부는 정규리그 1위 프리미엄을 앞세운 모마의 수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V리그 사상 첫 3년 연속 1000득점이라는 기록을 쌓은 실바가 팀 성적의 열세를 뒤집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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