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사 최대 19년간 소속사 누락
누락 회사 총 자산규모 연간 1조원 넘어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에이치디씨(HDC)의 동일인(총수) 정몽규 회장이 본인의 동생 일가,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20개 계열회사를 최장 19년간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기업 총수를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고발한 세 번째 사례로,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에 이어 내려진 조치다.
기업 총수는 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정부에 지정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국내 회사들의 자산총액 합계가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을 말한다. 지정된 집단은 계열사 현황·내부거래 등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1년~2024년까지 4년 연속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동생 일가 8개사, 외삼촌 일가 12개사 등 친족 회사 총 20개사(중복 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HDC(구 현대산업개발)는 1999년 고 정세영 선대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친족분리해 독립한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으며, 2018년에는 HDC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HDC 소속 지정업무 담당 임직원과 정 회장의 비서진은 이미 친족회사 누락 사실을 발견했으며, 해당 친족회사들로부터 계열 편입 요건(친족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한다는 확답까지 받았다.
누락 사실이 적발될 경우 예상되는 제재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며, 이 모든 내용이 정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친족들의 지분율을 항목별로 언급하며 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한 정황까지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4년간 정 회장 측에서 뭉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이 평소 자녀 결혼식, 회사 기념행사, 골프 모임 등을 통해 해당 친족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했으며, 친족 회사를 직접 방문해 차담을 나눈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친족들이 경영하는 회사를 계열사로 포함시켜야 했었다는 설명이다.
동생 일가인 인트란스해운 대표가 17년동안 역임한 HDC 계열회사 임원직을 갑자기 사임한 일도 벌어졌다. 공정위는 인트란스해운이 HDC 계열회사로 비춰질 여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판단했다.

외삼촌 일가 회사 중 쿤스트할레는 HDC아이서비스·HDC랩스와 장기간 건물관리 용역 거래를 이어왔다. 에스제이지세종은 상장회사로서 공시자료만 열람했다면 지분 현황을 즉시 파악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의무 이행 노력만 기울였어도 가려지지 않았을 관계사들이다.
한편 정 회장이 2021년~2024년까지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회사들의 총 자산규모는 연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회사들은 최대 19년간 HDC 소속회사에서 누락돼 사익편취규제 또는 공시의무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이른바 '규제 공백' 사태에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회사를 자진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