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4사 가격 인하 발표에도 신라면·진라면·불닭 등 핵심 제품 제외
환율 급등에 원가 부담 커지는데…업계 "수익성 우려"
인하 품목은 주로 비주력 제품…소비자 체감 효과 제한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설탕, 전분당, 빵에 이어 라면까지 가격이 인하됐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마저 가격을 내리자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각 사의 주요 인기 제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돼 일각에서는 실질 효과가 크지 않은 이른바 '맹탕 인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라면값 인하 발표했지만…대표 제품 빠진 '맹탕 논란'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요 라면 4사는 일제히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통상 새해 초에는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위기 극복에 동참해준 기업들에 감사하다"며 "이번 결정이 국민 물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서민 물가 안정 정책의 대표 사례로 이번 라면 가격 인하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만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주요 인기 제품은 대부분 인하 대상에서 빠져 있다. 농심은 총 12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지만 대표 제품인 신라면은 제외됐다. 이 밖에도 짜파게티, 육개장사발면, 너구리 등 주력 제품은 빠졌다. 안성탕면과 사리곰탕면, 감자면 등 상대적으로 판매 비중이 낮은 제품 위주로 가격이 조정됐다.
오뚜기 역시 대표 제품인 진라면이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진짬뽕, 짜슐랭 등 일부 제품은 인하 품목에 포함됐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2종만 가격을 낮췄다. 회사의 핵심 매출 제품인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이번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인하율은 최대 14.6%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팔도의 경우 팔도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 주요 제품이 비교적 폭넓게 포함됐다는 평가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업계 전반이 매출 비중이 큰 대표 제품 가격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인하 폭과 대상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환율 급등·원가 부담 속 가격 인하…정부 압박도 작용
라면 업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 인하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전쟁 여파로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면은 핵심 원재료 상당수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초 밀가루 담합 조사 논란이 이어질 당시만 해도 주요 업체들은 "라면에는 밀가루 외에도 다양한 원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단순히 밀가루 가격만으로 인하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는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식품업계 간담회를 열어 물가 안정 협조를 요청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검찰 수사, 세무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가격 인하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정부 역시 인지하고 있는 만큼 대표 제품을 제외한 부분적 인하 수준에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 직후 각 기업이 인하 품목과 인하율을 동시에 공개하면서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라면 가격이 내려갔다'는 소식만 접한 소비자들로서는 실제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체감하는 가격 변화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물가 안정 상징성은 있지만 소비자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