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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AI와 데이터센터 붐에 얼마나 강도 높은 파장을 일으킬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AI 도구를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이미 '고비용·고변동성' 국면에 들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긴장이 고조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상회했고, 일부 투자은행(IB)은 전면전이 장기화될 경우 120~150달러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유 가격 급등이 아직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팬데믹 이후 누적된 인플레이션과 긴축 후유증 때문에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체감 충격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전력 요금이 시차를 두고 따라 올라가고, 이는 '슈퍼사이클'을 구가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와 향후 투자 계획에 직결된다.
이미 AI와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은 전쟁 이전부터 잇따랐다. 미국 CNN 비즈니스와 미 동부 전력·정책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3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4%를 차지했고, 2028년에는 6.7~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합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500TWh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싱크탱크는 2030년 전세계 전력의 20%까지 AI·데이터센터가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전쟁발 에너지 쇼크는 AI 인프라의 고정비 구조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변수다.

더 버지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에너지·테크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를 인용,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은 여전히 가스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전기 요금 인상은 통상 6개월 이상 지연돼 나타나는 만큼 2026년 상반기 설비투자(CAPEX) 계획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 플랫폼스(META), 구글, 아마존(AMZN) 등은 이미 수십억~수천억 달러 규모로 확정해 둔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데이터센터 투자를 일단 집행하되 지역별 전력 단가와 인프라 여건에 따라 증설 속도와 우선 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문제는 2027년 이후의 2차 AI 설비투자 사이클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에너지 집약적인 AI 산업에 악재라면서, 에너지 비용이 빅테크 AI 사업부의 마진을 점점 더 크게 잠식할 것으로 경고했다.
AI 훈련과 추론은 기존 웹 서비스 대비 10배 이상 높은 에너지 집약도를 보이고 있고, 초대형 모델과 멀티모달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전력당 매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GPU와 랙, 냉각 설비에 더해 전력 인입과 송전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까지 감안하면, 에너지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추가 센터 한 개당 내부수익률(IRR)이 의미 있게 낮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미국 빅테크의 대응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모아진다. 첫째는 입지 전략의 재편이다. CNN과 여러 에너지 경제 연구는 전력망 여유가 크고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이 높은 지역이 AI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란 전쟁 이후 천연가스와 LNG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북유럽과 캐나다, 미국 북서부·중부처럼 풍력과 수력, 원전 비중이 높은 지역은 소위 '전력 단가 헤지'를 제공하는 구역으로 부각된다. 반대로 가스 의존도가 높은 미국 남부나 일부 유럽 지역은 에너지 비용과 전력망 부하가 중첩되면서 향후 대규모 AI 클러스터 입지에서 점차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둘째는 기술 스택의 에너지 효율화이다. 유럽·미국의 에너지 정책 보고서와 데이터센터 업계 리포트는 고유가와 전력비 상승이 CPU 및 GPU 아키텍처, 냉각 기술,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동시에 압박하는 '에너지 기반의 무어법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엔비디아(NVDA)와 AMD(AMD), 인텔(INTC), 그리고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와트당 연산 성능(TOPS/W, FLOPS/W)을 핵심 경쟁 지표로 내세우고 있고, 수랭·침지냉각, 열 회수 시스템,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등을 통해 전력비를 CAPEX에서 OPEX로 이전하면서 장기 계약으로 고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변동성은 이런 효율·전력조달 전략을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셋째는 AI 서비스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다. AI 호출 한 건 당 비용이 늘어날수록 빅테크는 연산 집약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은 사용 사례에 대한 보조·보급형 전략을 재검토할 유인이 생긴다.
일부 싱크탱크와 전략 컨설팅 보고서는 고유가·고전력비 환경에서 빅테크가 엔터프라이즈용 고부가가치 AI, 클라우드 기반 API, 광고와 커머스에 직결되는 AI 추천·검색에 더 많은 자본과 전력을 우선 배분하고, 소비자용 무료 생성형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유료화하거나 사용량 제한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에너지 비용이 가격 결정과 서비스 구조에 직접 반영되기 시작하는 순간 AI 생태계 전체의 가격 및 경쟁 게임도 재편될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과 에너지 쇼크를 계기로 미국 빅테크의 AI 전략은 속도의 문제에서 질과 구조의 문제로 초점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GPU와 데이터센터 랙의 숫자 경쟁에서 와트당 성능과 전력 단가, 재생에너지 조달 능력, 입지 선정 역량이 AI 경쟁력의 핵심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higrace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