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어쩌면 용기일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배우 이청아가 '아너: 그녀들의 법정'을 통해 캐릭터와 함께 겪은 변화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청아는 극 중 황현진 역을 맡아 사건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을 연기했다. 종영을 맞은 소감에 대해 그는 "촬영이 끝나고 바로 방송이 이어진 작품이 오랜만이라 아직도 촬영장의 기억이 몸에 남아 있는 느낌"이라며 "주변에서 작품 이야기를 해주실 때마다 얼떨떨했고, 지금도 '내일 촬영이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아너'는 지난 10일,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이청아는 스태프와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좋은 이야기를 써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모두가 작품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황현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 극에서 사건의 문을 여는 캐릭터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청아는 "드라마라는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갈등과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가 움직인다"며 "현진은 그 사건을 만들어내고 이야기가 뻗어나가는 출발점 같은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캐릭터는 아니다. 세 주인공 모두 숨겨야 할 것과 떳떳하지 못한 부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며 "그걸 어떻게 극복하고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진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했다. 이청아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관객들이 함께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숙제였다"며 "만약 이입이 되지 않는 인물이 되면 이야기가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청아는 "작품이 가진 톤과 잘 어울리는 현실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시원하게 악을 응징하는 전개도 있지만 이 작품은 각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모든 악의 카르텔이 한 번에 정리되는 식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합류할 당시에는 고민도 많았다. 이청아는 "이미 두 배우가 캐스팅된 상태에서 내가 들어갔을 때 이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대본을 읽으면서 세 인물이 각자 떨어져 있을 때는 묘하게 공통된 정서가 있고, 함께 있을 때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과의 대화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청아는 "감독님이 '현진에게는 청아의 러블리함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부분을 믿고 연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황현진의 성격을 설명하며 "현진은 엉덩이가 가벼운 인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고, 사건이 생기면 일단 뛰어드는 캐릭터다. 사고를 많이 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댕댕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캐릭터성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다. 이청아는 "현진은 체면을 크게 따지지 않는 인물이라 활동성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법정 신을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많은 스타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민서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을 꼽았다. 이청아는 "신재와 함께 민서가 사는 고시원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장면을 촬영할 때 감정이 너무 올라와 감독님이 조절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의 무게도 크게 느꼈다고 했다. 이청아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 작품을 만들며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 비춰질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제작진 역시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있는지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그런 기준 중 하나에 부합하는 이야기였다"고 덧붙였다.

황현진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변화도 체감했다. 이청아는 "현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연기하면서 제 삶도 굉장히 뜨겁고 정신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감정을 비교적 평평하게 유지하는 편이었는데 현진을 통해 약점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며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어쩌면 용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은 비판이 너무 쉬운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며 "상대방에 대한 연민과 용서가 있을 때 '나도 그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도 전했다. 이청아는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이지만 그걸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해왔다"며 "모든 작품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이라도 우상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