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경미한 변경'으로 경관 심의 받았다"
[속초=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속초해변에 들어선 생활형 숙박시설을 둘러싸고 분양 당시 홍보된 외관과 실제 준공 건물의 모습이 크게 다르다는 수분양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분양 당시 건물 전면을 관통하던 흰색 S자 외벽과 흰색 계열 입면이 사라지고, 실제 준공 때는 건물 외벽의 70% 이상이 누런 갈색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12일 수분양자 A씨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홍보관과 조감도에는 건물을 가로지르는 긴 흰색 S자 라인이 건물 아이콘처럼 강조돼 있었다"며 "S자 외관과 흰색 디자인을 보고 분양을 받았는데, 막상 준공된 건물은 전면 일부만 흰색이고 좌우·후면은 대부분 갈색 계열로 바뀌었다. 수분양자 설명회나 서면 동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초 분양 당시 홍보물과 분양관 조형물에서 건물 네 면 전체가 흰색으로 제시됐고, 전면 역시 긴 S자 라인을 포함한 흰색 입면으로 설명받았다"며 "현재는 전면만 흰색이고 좌우 측면과 후면 전체가 누런 갈색으로 마감돼 있다. 분양 당시 제시된 '네 면 흰색'과 완전히 다른 외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면 S자 라인이 사라진 것뿐 아니라, 전면 외장 재질도 분양 당시 홍보한 것과 다른 재료로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이 크다"며 "실제 사용된 자재가 무엇인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복합재 간 가격 차이, 화재 시 가연성·유독가스 발생 여부까지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전면 S자 외관과 관련해서도 "분양 당시 설명으로는 S자 라인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화재 시 가연성이 없고 유독가스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고가의 아노다이징(알루미늄) 외장재를 적용했을 때 나오는 외관이라고 들었다"며 "현재 준공 건물에서는 그 S자 라인 자체가 사라진 만큼, '설계도서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2020년 착공 당시부터 흰색 외관을 전제로 분양이 진행됐고, 홍보물과 분양관 모형 역시 흰색 외벽과 S자 디자인을 반영한 설계안을 토대로 제작됐다. 하지만 A씨 등 수분양자들은 "2024년 8월 16일 사용승인(준공)을 앞두고 시공사인 B사가 공사 도중 외벽 색상을 대거 변경해 전면부 일부를 제외한 좌우·후면 외벽 약 3000평, 전체의 70%가 넘는 면적을 누런 갈색 계열로 시공했다"고 주장한다.
속초해변 일대는 도시계획상 '시가지 경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A씨는 "해변 경관과 어울리는 흰색 건물이라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는데, 어느 날 보니 전혀 다른 건물이 서 있었다"며 "속초해변은 자연환경과 건축 디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특별관리지역인데, 가장 중요한 외관을 수분양자 모르게 바꿔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은 이 과정에서 건축법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집합건물법 등이 복합적으로 위반된 것 같다며 법률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실제 위반 여부는 향후 조사나 법원 판단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건축법 제11조와 제19조는 대수선이나 설계 변경 시 허가권자인 시장·군수의 변경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집합건물법 제15조는 공용부분(외벽 등)을 변경할 경우 관리단 집회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특히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제7조와 시행령 제10조는 설계의 중요한 변경 시 분양받은 자 전원의 서면 동의와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A씨는 "분양계약서 제18조 '설계변경 등에 대한 동의' 조항에도 시행사와 시공사가 설계를 변경할 경우 수분양자에게 반드시 통지하거나 서면 동의를 받도록 돼 있고, 제24조 특기사항에서도 '경미한 설계변경'에 한해서만 동의 없이 인허가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며 "외벽 70% 이상 색과 디자인, 상징적 S자 라인이 사라진 것은 단순한 경미 변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중대변경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에도 수분양자에게 아무 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건축사는 "분양 당시 도면·모형과 준공 후 외관이 크게 다른데도 수분양자 동의나 설명 절차가 없었다면,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 변경 동의 요건과 건축물 분양법상 설계변경 동의·통보 의무 위반 여부가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초시 건축과 관계자는 수분양자 동의 절차 위반 주장에 대해 "해당 외관 변경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상 수분양자 동의 사항이 아니라 통보 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건축과 담당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분양법에는 동의해야 하는 사항과 통보해야 하는 사항이 구분돼 있고, 리슈빌 건의 경우 자재는 테라코타 계열이며 색채 변경이 주요 쟁점"이라며 "색채 변경은 경관법에 따라 30% 이상 바뀌면 경관심의를 받아야 하고, 분양법상으로는 수분양자에게 통보하면 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법·분양법·경관법에서 쓰는 '경미 변경·중대 변경' 용어가 서로 달라, 민원 제기자는 이를 혼용해 설명하지만 법령상 절차는 맞춰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는 "몇 억 원씩 들여 외관 디자인과 색상을 보고 계약했는데, 수분양자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는 현재 법 체계는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며 "법이 허용한다는 이유로 동의 절차를 생략했다면, 제도 자체의 허점이자 입법·행정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지금이라도 속초시청이 착공 당시와 준공 직전 경관심의회 회의록, 설계도서와 변경 도면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며 "회의록 공개를 끝까지 거부하고 '경미한 변경'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다른 지자체와 건설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설계를 바꿔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수분양권자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형성해 시행사 등을 상대로 관련 법 위반 및 부실시공 의혹, 분양 내용과 다른 점'을 주장하며 계약취소와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행사 측도 외관 변경 과정에서 절차상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애초 설계와 모델하우스 모형은 흰색 테라코타 외벽과 전면 아노다이징(금속) 두 가지 색을 적용한 조감도를 기준으로 했다"며 "2024년 4월 준공 예정이 8월 16일로 미뤄지는 과정에서 외벽에 비계가 걷히자 누런 색상이 드러나면서 수분양자 민원이 폭증했고, 속초시에도 민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테라코타 색상 변경은 중대 변경에 해당해 수분양자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경미한 변경'으로 일괄 처리해 준공 직전에 경관심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원래 준공 단계에서는 경관심의 절차가 없는데, 준공 직전 다시 경관심의를 열어 극적으로 준공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재 관련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법원을 통해 쟁점이 가려질 것으로 안다"며 "회사도 변호사를 통해 절차에 따라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시공사로서 사업주가 아니어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시행사에 문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