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증·재무 심사 필요…"신속 집행 변수"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이란 사태로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13조3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에 나섰다. 다만 피해 정도와 사업성, 재무 건전성을 함께 심사하는 구조여서 실제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는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총 13조3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패키지를 마련했다. 중동 사태로 원유 가격 급등과 물류 차질 등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기관별 지원 규모는 산업은행 8조원, 기업은행 2조3000억원, 신용보증기금 3조원이다. 자금은 시설 및 운영자금 대출과 기존 대출·보증 만기 연장 등에 활용된다.

산업은행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자금 6조원과 수출 경쟁력 강화 자금 2조원을 통해 대출을 공급하고 필요할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계 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운전자금과 수출금융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 우대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은 보증 한도 확대와 보증료 인하 등을 통해 3조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제공한다.
지원 방식은 기존 정책금융 대출 프로그램과 동일하다. 기업이 정책금융기관이나 협약 금융기관에 신청하면 해당 기관이 피해 여부와 재무 상황을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1차 지원 대상은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높거나 원유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자금 압박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대출 심사에 필요한 재무제표와 함께 중동 사태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들은 수출·수입 계약서, 수출입 실적 증명서, 신고필증 등 관련 증빙 자료를 정책금융기관 지점에 제출한 뒤 대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다만 피해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코로나19 당시 지원 사례를 참고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평가할 방침이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겠지만 대출인 만큼 신청 기업 모두가 지원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사태 이전까지 재무 상태가 건실했던 기업일수록 지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제시한 우선 지원 대상은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 ▲현지 법인·공장·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기업 ▲운송 차질·원자재 가격 상승·보험료 인상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 ▲수주 취소나 선적 지연, 대금 회수 지연 등 정량적 피해가 확인된 기업 등이다.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과 일정 매출·자산 기준 이하 중견기업이다. 정책금융기관은 기존 대출이나 보증에서 심각한 연체나 부실이 없는 기업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부실 상태이거나 회생·파산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별도의 구조조정 절차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위기 이후 사업 정상화 가능성도 함께 평가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출과 영업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 우대와 한도 확대 등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은 긴급 유동성 지원 성격이지만 무조건적인 자금 공급이 아니라 사업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지원된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지원도 보증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발급한 뒤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피해 기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부실을 키울 수 있는 무조건식 대출은 어렵기 때문에 건전성과 속도를 모두 고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금 공급과 함께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리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 대출에 우대 금리를 적용해 최대 1.3%포인트 수준의 금리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시장 금리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