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정권 교체 압박을 '내정 간섭'으로 일축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대를 공식 시사하며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회의 내부에서는 이미 후계자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강대강'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 "차기 지도자 선출은 이란 국민의 몫"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일요 시사 대담 프로인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 문제에 개입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강력히 비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계자 선정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는 누구도 우리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오직 이란 국민에게 달려 있다"고 일축했다.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에 대해서는 "수많은 소문이 있을 뿐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 전문가회의 "후계 합의 도달"
이란 내부의 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는 후계자 확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위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메흐디 미르바게리는 이날 "차기 지도자에 대한 다수 의견의 합의가 이미 형성됐다"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회의 위원들은 미국의 반대 발언이 오히려 선정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야톨라 모흐센 헤이다리 알레카시르는 "적(미국)이 반대하는 인물일수록 이란과 이슬람에 유익할 것"이라며, 차기 지도자가 미국의 정권 교체 의도에 맞설 강경한 인물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회의 측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무실이 폭격당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화상 및 서면을 통해 선출 절차를 강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 과시 "미군 기지 타격 계속"
대외적으로 이란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과시하며 항전 의지를 높였다. 아라그치 장관은 러시아로부터 미군 위치 정보 등 지능형 지원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비밀도 아니다"라고 답해, 양국 간의 군사적 밀착을 공식화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에 대응해 우리 인접국에 위치한 미군 기지와 시설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시인하며, 일시적 휴전이 아닌 영구적 종전이 보장될 때까지 적대 행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란은 하메네이 사후 권력 붕괴를 기대하는 미국의 계산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전문가회의를 통한 신속한 승계 작업을,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의 연대 및 미군 기지 타격이라는 '강대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이 차기 지도자에 대한 추가 암살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이 조만간 발표할 후계자의 면면이 향후 중동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