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 테마 과열 후 조정으로 대표 성장주들이 흔들리는 사이, 안정적인 배당과 꾸준한 실적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가 전통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초 이후 S&P500 지수는 1%도 채 오르지 못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 주가는 각각 17%, 25%가량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변동성 장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자금은 매년 배당을 늘려 온 기업, 이른바 '배당 아리스토크라트(Dividend Aristocrats)'로 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5년간 매년 배당을 늘려 온 기업으로 구성된 ProShares S&P 500 Dividend Aristocrats ETF(NOBL)는 올해 들어 9% 이상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배당 '아리스토크라트(Aristocrats)'란 S&P500 소속 기업 가운데 25년 이상 매년 배당을 늘려온 종목을 뜻한다. 마치 '배당 귀족'처럼 오랜 기간 꾸준히 현금을 돌려준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별칭이다.
울프 리서치는 이 가운데 '신흥 배당귀족주(Emerging Dividend Aristocrats)'로 주목할 만한 7개 종목을 선정,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제시했다.
울프 리서치 수석 전략가 크리스 세니엑은 보고서에서 "이 그룹의 주식은 경기 침체나 성장 둔화 국면에서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며 "과거 사이클을 돌아보면 경기 침체 직전과 이후에 대체로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최소 15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을 늘려온 기업들이 주요 후보로 꼽혔는데, 대표 종목으로는 버라이즌, 코스트코, 블랙록, 허쉬,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퀄컴, UPS 등이 이름을 올렸다.
◆ 통신주 버라이즌, 19년 연속 배당 인상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9월 기준 19년 연속 배당을 인상한 대표 '캐시카우' 통신주다. 2026년 들어 주가는 20% 가까이 상승했고, 현재 배당수익률은 약 5.8% 수준으로 장기 인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는 다소 보수적이다. LSEG 집계에 따르면 27명 중 16명이 '홀드' 의견을 제시했으며, 컨센서스 목표가는 현재 주가 대비 약 3% 상승 여력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다이와 캐피털 마켓은 2월 초 버라이즌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통신 업종 특유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배당 성향을 강조했다.
다이와의 조나단 키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큰 거시 환경에서도 통신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충성도 높은 가입자 기반, 예측 가능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안전 자산' 역할을 한다"며 "3대 미국 통신사 가운데 배당 지급 이력이 가장 길고, 인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버라이즌으로 위험 대비 보상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코스트코, '4.99달러 치킨'에 이어 20년 배당 성장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울프가 꼽은 신흥 배당귀족주 리스트에 포함됐다.
오랫동안 로티세리 치킨 가격을 4.99달러에 묶어둔 걸로 유명한 코스트코는 배당에서도 일관성을 보여 왔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배당을 늘려왔고, 올해 4월에는 분기 배당을 주당 1.16달러에서 1.30달러로 올렸다. 필요에 따라 일회성 특별 배당을 지급해온 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올해 변동성 장세 속에서 코스트코 주가는 14% 상승해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재 배당수익률은 0.5%로 높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성장성과 특별 배당 가능성을 감안하면 '총수익'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평가다.
JP모간 크리스토퍼 호버스 애널리스트는 2월 보고서에서 코스트코를 "세금 환급 시즌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지리적 입지와 회원 구성, 제품 믹스를 고려할 때 봄철 세금 환급과 소비 진작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 38명 중 25명이 매수 또는 강력 매수를 부여하고 있으며, 컨센서스 목표가는 향후 12개월 동안 약 6% 추가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 블랙록·허쉬·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도 후보군
울프 리서치의 신흥 디비던드 아리스토크라트 목록에는 이 밖에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초콜릿 제조사 허쉬, 폐기물 처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각자 사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비교적 둔감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친 배당 성장과 안정적인 자본 배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울프는 보고서에서 "디비던드 아리스토크라트 전략은 단기 랠리에는 뒤처질 수 있지만, 경기 둔화와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시장을 방어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며 "높은 자유현금흐름과 배당 성장 여력을 갖춘 종목을 선별하면, AI·기술주 중심의 변동 장세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