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유족 아닌 손자 신청 '절차 하자'…보훈심사위원회 거치지 않아
정부, 전국 무공수훈자 전수조사·심의 의무화 방침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 논란이 있는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자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보훈부가 이미 유공자 등록을 마친 인물에 대해 재심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훈부는 26일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후 자격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돼 관련 법령과 등록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사안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9연대장으로 제주에 부임해 당시 군의 진압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4·3 유족단체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대령이 최근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 논란이 커졌고, 이재명 대통령은 보훈부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제의 핵심은 '신청 자격과 절차의 하자'이다.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은 지난해 10월, 손자 박철균 예비역 육군준장이 서울보훈지청에 신청해 승인됐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신청권자를 본인 또는 법정 유족(배우자·자녀·부모 등)으로 제한한다. 이 외 친족이 신청할 경우에는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박 대령의 경우 이 과정이 생략됐다.
보훈부는 그간 무공수훈자 등록을 서훈 사실과 범죄 여부 확인 중심으로 간략화한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사안은 이러한 절차적 허점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부 관계자는 "박 대령의 재심의 결정은 유족에게도 통보됐다"며 "향후 유족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국 무공수훈자 등록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앞으로는 모든 직권등록을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 내에 무공수훈자 전담심의팀도 새로 설치한다.
권영세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가유공자의 상징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등록 절차를 보다 신중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