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이 현재 진행중인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 특히 인수합병(M&A)에서 자사주 처분을 강제해 합병 설계와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두는 조항도 담겼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상장 기업들은 신규 매입한 자사주를 기한 내에 소각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기업의 경우 3년 내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에도 이번 개정안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체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전략적 자사주 취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소각해야 하면 감자 절차로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더딘 상황에서 이번 상법 개정으로 속도가 더 늦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5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간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을 승인했지만, 국내 NCC 생산 핵심 지역인 여수와 울산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M&A 등으로 비자발적 자사주를 취득할 때 해당 자사주를 담보로 금융권에 돈을 빌려 매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석유화학과 정유사들은 업의 특성상 그동안 지분 출자 방식으로 공동 사업을 많이 해왔는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지분 구조 및 경영권에도 변화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에서는 현재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폐합 등을 검토 중이다. 국내 2, 3위 에틸렌 생산 업체인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업체 간 '눈치 보기'로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울산 산단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중인데, 역시 속도가 더디다. SK지오센트릭은 정유사인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아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회사마다 대주주가 있고 특히 외국계 회사의 경우 본사의 결정이 중요해 구조조정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주주 입장에서 이번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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