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백제의 심장부에서 발견된 고구려의 흔적이 1500년의 시간을 넘어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서울 몽촌토성 집수지에서 출토된 고구려 시대 쟁기의 보존처리를 최근 완료했다고 24일 밝혔다. 2023년 6월 한성백제박물관 발굴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 약 2년 만이다.

이 쟁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출토 장소 때문이다. 몽촌토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왕성 유적이지만,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쟁기의 제작 연대는 534~640년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구려가 몽촌토성을 일시 점유하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백제의 심장부에서 고구려인의 손길이 닿은 농기구가 발견된 셈이다.
집수지에서 확인된 네 개의 쟁기 중 세 번째로 출토된 이 유물은 몸체가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눕쟁기' 형태다. 눕쟁기는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던 방식으로, 고구려 점유 시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쟁기의 상태는 심각했다. 수분과 미생물의 영향으로 목재 조직이 심하게 열화됐고, 수축과 변형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날 부분은 변형이 너무 심해 실물 접합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과학적 조사에서는 쟁기가 물리적 강도가 뛰어난 상수리나무류(참나무속)로 만들어졌으며, 자귀와 도자 등 전통 목공 도구로 정교하게 가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삼국시대 장인이 재료를 선택하고 다듬던 기술이 1500년 만에 규명된 것이다.

보존처리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먼저 약화된 목재 조직 안으로 수용성 수지인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침투시켜 조직을 강화했다. 이어 영하 40도 이하에서 급속 동결한 뒤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기체로 바로 승화시키는 진공동결건조법을 적용해 건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변형을 막았다.
실물 접합이 불가능했던 날 부분은 3차원 스캔 기술로 가상 복원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디지털 자료로 남겼다. 물리적 복원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한 것이다.
보존처리를 마친 쟁기는 소장처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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