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언 수준에 머물던 긴장이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이르면 3월 말까지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타격할 확률을 약 56%로 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각각 배럴당 71.90달러와 66.5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 수준을 재차 테스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랠리가 공급·수요 펀더멘털 개선뿐 아니라 미·이란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덧입혀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현재 양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및 비축 능력을 핵무기 제조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새 합의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 당국은 협상 진전을 시사했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기본 원칙에 대한 일반적 합의"가 도출돼 협정 초안 작성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동에 배치된 미 해군 함대가 "속도와 강력한 힘으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하며 군사 옵션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 "수사에서 행동으로 바뀌면 유가 급등"
캐피털닷컴의 다니엘라 해손 애널리스트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시나리오가 글로벌 금융시장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것"이라며 "긴장이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는 순간 유가는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3월 말까지 미국의 대이란 군사 공격 확률을 한 달 전 30%대에서 56%로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상황은 2025년 6월 이란-이스라엘 간 '12일 전쟁' 직전 유가 흐름과 유사하다. 당시 긴장이 고조되자 유가는 사전 단계에서만 4% 올랐고, 첫 공습 이후 일주일 동안 10% 넘게 급등했다.
이란 자체는 세계 3위 확인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이자 글로벌 생산량 상위 10위 국가지만, 시장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지점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역내 파이프라인을 최대한 돌린다 해도 해협이 장기간 마비될 경우 하루 약 900만 배럴, 전 세계 수요의 9%가 구조적으로 공급 차질 위험에 노출된다.
이란은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를 위협해 왔지만, 실제로 항로를 완전히 차단한 적은 없다. 분석가들은 이 항로가 이란 자신에게도 핵심 수출로라는 점에서 전면 봉쇄는 이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만약 미국의 공습이 제한적·표적형에 그친다면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약 10달러가량 뛰었다가 비교적 빠르게 균형 수준을 되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이 장기간에 걸친 군사 작전에 나서고, 이란이 역내 석유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는 등 보복에 나설 경우 시장은 "약 15달러 수준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충돌 이전에 새 핵합의가 타결되는 경우다. 이 경우 대이란 제재가 완화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이 전면 재개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일부가 해소돼, 유가는 오히려 약 5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레온은 분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국내 물가에 민감한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양측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 행정부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중간선거 직전에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레온은 협상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것이 군사 충돌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설령 미국이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광범위한 전면전보다는 상징적 타격에 그칠 경우 시장 충격이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통상 이런 지정학적 이벤트는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결국 시장은 기업 실적과 경기 흐름 같은 펀더멘털로 회귀한다"면서도 "지금처럼 전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부담이 맞물린 환경에서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