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백악관은 이를 "트럼프 경제 정책의 승리"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지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통계적 착시 가능성과 향후 관세 정책의 역풍을 경계하며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기대치를 웃돈 CPI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무너뜨렸음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전체 물가는 하락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첫해 실질 임금은 1400달러 늘었다"며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눈에 띄게 진정되고, 약가 최혜국(MFN) 협상과 '위대한 건강보험 계획' 덕분에 미국 환자들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가 이제 낮고 안정된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국 경제가 한층 더 강하게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2.5% 상승에 그쳐, 약 5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관세로 인한 물가 급등 증거는 전혀 없으며, 에너지와 중고차 가격 하락이 실질적인 부담 완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로 보기엔 이르다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WP는 "지난가을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와 그에 따른 통계적 이상(stastistical anomalies)이 CPI 구성 항목, 특히 주거비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물가 예측 기관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오메어 샤리프 대표는 WP에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는 1월 보고서 이후에도 상당수 품목에서 남아 있을 것이며, 특히 셸터(주거비) 지수에는 4월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W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흐름이 "가장 긍정적인 신호 가운데 하나"임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퍼먼 교수는 서비스 물가와 일부 임대료 지표가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며, 경기 연착륙에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추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간 경제 분석기관 RSM과 KPMG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셧다운에 따른 데이터 공백과 에너지 가격의 일시적 하락이 이번 수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연준이 즉각적이고 대규모의 금리 인하에 나서기엔 충분치 않은 지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이번 물가 둔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장기적 경제 안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기저 효과와 통계상의 왜곡에 그칠지는 향후 발표될 추가 물가·고용 지표와 관세 정책의 실제 파급 효과가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