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중고차 값 하락에 물가 상승 압력 완화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다만 일부 품목에서는 여전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당분간 금리 정책을 서두르지 않고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1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2월의 2.7%보다 낮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2.5%)를 밑돌았다. 휘발유와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 것이 연간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CPI가 0.2%, 근원 CPI가 0.3% 각각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각각 0.3%)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속도가 완화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의류와 TV, 항공권 등 일부 품목에서는 연초를 맞아 가격 인상이 나타나면서, 물가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물가 지표는 이틀 전 발표된 1월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데 이어 공개됐다. 고용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연준이 현재의 '관망(wait-and-see)'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연간 CPI 둔화에는 통계적 요인도 작용했다. 지난해 1월의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이 최근 12개월 계산에서 빠지면서 연간 상승률이 낮아지는 기저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제롬 파월 의장의 8년 임기 마지막 국면에서 물가와 고용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준의 물가 목표는 연 2%지만, 이 목표는 약 5년간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노동시장에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는 정책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중반 연율 기준 9%를 웃돌았던 인플레이션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진정됐다.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다소 식자, 연준은 2024년 여름 이후 약 2%포인트에 달하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들어서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정책 효과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이번 CPI 보고서는 최근 연방정부의 부분적 셧다운 여파로 발표가 다소 지연됐다. 지난해 가을 장기 셧다운으로 일부 주거비 관련 물가 데이터가 누락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러한 문제는 최근 월간 물가 지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2022년 고점에서 크게 둔화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를 주요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물가 부담 문제는 올해 중간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