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전망 수정서 건설업 '경고등'
가계대출 풍선효과 차단 나선 금융당국
서울 청약 시장 '국평 포기, 강소형 올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2026년 2월 12일 건설·부동산 업계는 반도체에 가려진 건설 경기 침체 우려를 직면했습니다. 거시 경제 지표는 나아지고 있다지만 정작 건설 현장과 서민 주거 시장의 체감 온도는 더욱 차가워지는 '외화내빈'의 형국입니다.

◆ KDI "반도체만 봄날, 건설은 한파"… 경제전망 수정 속 '경고등'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가 업계에 무거운 파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건설 투자 부문에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작년 한 해 동안 누적된 착공 지연 물량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올해 건설 투자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반도체 착시' 현상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치는 수출 대기업이 견인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와 직결되는 건설업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KDI의 발표는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건설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불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을 국책연구기관이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SOC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민간 부문의 수주 절벽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지방 사업장의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는다면 상반기 중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 "은행 문 닫으니 2금융으로"…가계대출 풍선효과에 규제 강화 '초읽기'
금융당국이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은 부동산 시장의 자금줄을 다시 한번 옥죄는 트리거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했으나, 새마을금고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수치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내 집 마련'이 급한 실수요자들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즉각적인 추가 규제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당장 거론되는 카드는 제2금융권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기준 강화입니다. 현재 은행권(40%)보다 느슨한 2금융권의 DSR 규제 비율(50%)을 축소해 대출 총량을 강제로 억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부동산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서민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 창구인 2금융권 대출마저 막힐 경우 거래 절벽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 서울 청약 '소형 쏠림' 역대 최고…"비싼 국평 대신 강소형 산다"
분양가 고공행진이 서울 청약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2025년 수도권 아파트 청약자를 분석한 결과, 전용 60㎡ 이하 소형 평형의 청약 경쟁률이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을 압도하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과거에는 4인 가족 기준인 전용 84㎡가 청약 시장의 주류였으나, 이제는 가성비를 앞세운 59㎡ 등 소형 평형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단연 '분양가 부담'입니다. 서울 주요 지역의 84㎡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보증 기준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3040 세대가 눈높이를 낮춰 소형 평형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1~2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서울 신축은 작아도 돈이 된다는 투자 심리까지 더해져 소형 평형의 몸값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지방 분양 시장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서울의 소형 아파트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반면, 지방은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조차 미달 사태를 빚으며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업계에선 "서울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이는 주거의 질적 하향 평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