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9일(현지 시간) 미국의 억만장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왕실은 경찰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엡스타인 의혹이 계속 확산하면서 영국 정치권은 물론 왕실에까지 불똥이 튀자 국가 원수로서 법적 정의와 왕실의 도덕성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영국 왕실인 버킹엄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왕은 말과 전례없는 행동을 통해 마운트배튼 윈저씨와 관련된 지속적인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구체적인 주장들은 마운트배튼 윈저씨가 답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만약 템스밸리 경찰이 우리(왕실)에게 요청한다면 그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버킹엄궁은 "이전에 언급한 대로 국왕과 (커밀라) 왕비는 계속해서 모든 형태의 학대 피해자들을 생각하고 위로한다"고 했다.
이 성명에서 3가지 포인트가 주목을 받았다.
우선 자신의 동생을 앤드루 전 왕자가 아닌 일반 이름 '마운트배튼 윈저 씨'라고 호칭했다.
이는 찰스 국왕이 동생의 왕자 지위를 박탈했음을 재확인하면서 이 문제를 왕실 전체의 문제가 아닌 마운트배튼 윈저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둘째 '전례없는 행동'은 찰스 3세가 왕자 지위 박탈과 함께 앤드루의 군(軍) 직합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을 모두 박탈하고 공식 업무에서 배제한 조치를 의미했다.
셋째 경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다. 형·동생이라는 사사로운 혈연 관계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고 법과 정의에 입각해 이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왕실 성명에서 앤드루 전 왕자를 '마운트배튼 윈저 씨'라고 부른 것은 그를 더 이상 왕실의 공적 보호막 아래 두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찰스 3세가 동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국왕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루는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하며 성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가 미성년일 때부터 여러 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최근에는 추가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앤드루로 추정되는 인물이 싱가포르와 홍콩, 베트남 등에 대한 방문 정보와 아프가니스탄 재건 투자 기회에 관한 기밀 정보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한 2010∼2011년 당시 이메일이 등장했다.
군주제 반대 단체인 '리퍼블릭'은 앤드루가 공무상 부정행위와 공무상 비밀 누설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템스밸리 경찰에 그를 고발했다.
템스밸리 경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하는 한편 앤드루가 2010년 엡스타인이 보낸 여성과 윈저성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켄싱턴궁 대변인도 이날 윌리엄 왕세자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식 방문을 앞두고 "왕세자와 왕세자빈이 계속되는 폭로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며 "왕세자와 왕세자빈은 여전히 피해자들에 중심을 두고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세자가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