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강제력 없는 '권고' 실효성 한계
일부 기종 충전 인프라 개선은 숙제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기내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보조배터리 사용 및 충전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에 이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 5개 항공사가 규제에 동참했으며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다만 좌석 내 충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일부 기재의 경우 휴대기기 이용을 보조할 대안이 사라지면서 승객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들은 이날부터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기내 사용 금지를 시행 중이며 제주항공은 지난 22일부터 전 노선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역시 최근 기내 화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내부적으로 시행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적사 전반으로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기조가 확산된 셈이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위험성이 지목된다. 보조배터리는 과열이나 단락 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밀폐된 기내에서는 초기 진압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에어부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화재로 기체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이달 초 중국 하이난성 싼야를 출발해 청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로 승무원 3명이 병원에 실려갔으며 지난 8일 홍콩행 아시아나 여객기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는 등 관련 화재 사고는 매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다만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화재가 기내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라 항공사별 권고안 형식이기 때문에 승객이 개인 가방 등에서 몰래 충전하는 행위를 승무원이 일일이 확인하고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지침은 보조배터리의 용량별 기내 반입 기준만 정하고 있을 뿐 사용이나 충전 행위 자체를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탑승 전 보안 검색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강화하거나 기내에서 안전하게 배터리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항공사의 금지 공지는 실효성이 뜰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기내 배터리 사용 금지 기조로 좌석 내 충전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기종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은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통상 장거리 노선이나 최신 기재는 좌석별 충전 포트를 갖추고 있지만, 도입 시기가 오래된 일부 기종은 전자기기 충전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해당 기종에 탑승할 경우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는 승객의 디지털 기기 이용에 제약을 줄 수밖에 없지만, 현재 금지 조치를 추진 중인 항공사 중 별도의 안전 충전 대안을 마련한 곳은 없으며 현실적으로 충전 캐이블을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구형기는 주로 단거리 노선에 배치될 것"이라며 "한 번의 기내 화재 사고가 항공사 존립을 흔들 정도의 치명적인 브랜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승객의 편의성 저하를 감수하고서라도 안전이라는 보수적인 선택지를 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