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 2026년 1월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에 강경입장을 밝혔다. 연봉 1억원 노동자 3명을 연간 유지비 1,400만원의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온 노조의 위기감이다.
그런데 이 장면 왠지 낯설지 않다. 1811년 영국 직조공들이 밤마다 공장에 침입해 방직기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을 닮았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술발전을 막는 집단 이기주의라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고한의 저항으로 평가한다.

사실 로봇과 노동의 갈등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80~9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산업용 로봇을 대거 도입했을 때도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에게 자동화는 곧 숙련공의 대량 해고였고 기술 투자로 늘어난 생산성의 과실은 주주와 경영진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노조는 로봇도입을 막지 못했다. 대신 전략을 바꿨다. 도입을 저지하는 조직에서 도입조건을 협상하는 조직이 되었다. 현실적인 타협이었다.
2024년 10월 미국 항만 노조 47,000명이 '자동화 반대' 를 외치며 파업했다. 노조는 1960년대 컨테이너 도입 이후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경험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은행 조사에 의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항만 1위는 완전 무인자동화를 도입한 중국 상하이 양산항. 최고 순위였던 미국 항만은 고작 55위에 머물렀다. 자동화를 거부한 대가는 경쟁력 상실이었다.
현대차 노조의 로봇 반대는 러다이트 운동부터 GM-UAW 갈등, 미국 항만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들 선례가 모두 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기술 진보를 전면 거부한 곳은 예외 없이 경쟁력을 잃었고, 보호하려던 일자리는 오히려 더 빨리 사라졌다.
테슬라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장에 투입했다. BMW는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로 1년간 3만대 SUV를 생산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휴머노이드를 양산 판매한다. 현대차만 로봇 도입을 막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는 시간문제다.

한국의 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독일(415대), 일본(397대)의 두 배가 넘는다. 자동화는 이미 일상이다. 휴머노이드는 그 연장선일 뿐이다. 현대차만 예외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AI·로봇 시대의 갈등이 과거와 다른 결정적인 점은 '해고'보다 먼저 '통제'의 문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류와 플랫폼 현장에서 로봇과 알고리즘이 도입된 뒤, 노동자는 관리자보다 코드에 의해 평가받게 되었다. 작업 속도와 성과 기준을 인간이 아니라 시스템이 정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노조의 요구 역시 변화시켰다. "로봇을 없애라"가 아니라 "인간을 로봇의 속도에 맞추지 말라"고 주장한다. Amazon 물류센터 사례에서 보듯, 쟁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는 AI 시대 노동권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현대차 논쟁을 다시 보자. 표면적으로는 로봇 도입 여부가 쟁점이지만, 본질은 결정권의 문제다. 사전 협의 없는 도입에 대한 반발은 기술 자체보다 노동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불안을 드러낸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일본 토요타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하다. 일본 제조업은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로봇을 '노동 대체자'가 아니라 '노동 보완자'로 받아들였다. 토요타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정은 로봇이 맡고, 인간은 품질 관리와 개선에 집중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선행이다. 로봇 도입이 곧 해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노조 역시 전면 충돌 대신 협력적 감시자 역할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기술 수용성의 차이는 결국 신뢰 자본의 차이에 기인하는 셈이다.
현대차의 로봇 반대는 찬반 논란을 넘어 'AI·로봇 시대 노조의 역할'을 재정의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AI·로봇 시대에 노조는 무엇을 지켜야 하며, 어떤 역할로 진화해야 하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여전히 발생 중 이자 해결 선상에 있는 해외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노조의 미래 역할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기술 공동결정권자다. 로봇 도입 이후가 아니라 도입 이전에 영향 평가와 설계 논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전환 관리자다. 일자리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경력을 설계하는 일이다. 전환교육 시스템을 요구하고 로봇 도입 이후 창출되는 새로운 일거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셋째, 알고리즘 감시자다. AI가 노동을 평가하는 시대에, 코드와 지표는 새로운 노동권의 영역이다.

넷째, 기술 이익의 분배자다. 자동화로 창출된 생산성이 임금, 근로시간 단축, 안전 투자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상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미시간대 무어 교수는 2005년 한국 언론에 경고했다.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게 되고 결국 노조는 설 땅을 잃을 것이다."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는 이미 답을 알려줬다. 기술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노조가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다면, 싸워야 할 대상은 로봇이 아니라 불공정한 전환 과정이다.
노조가 도입 저지자에 머문다면 고립될 것이다. 그러나 전환 설계자로 나선다면, 기술 사회의 핵심 조정자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켜야 할 것은 '현재의 일자리' 뿐 아니라 '노동자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