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한국은행이 네이버와 협력해 구축한 자체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우리 금융·경제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는 '소버린 AI'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인공지능 전환) 컨퍼런스' 환영사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1년 반 동안 네이버와의 민관 협력을 통해 자체 AI를 구축해 왔고, 오늘 그 성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개된 한국은행의 AI 'BOKI(Bank of Korea Intelligence)'는 데이터 보안이 확보된 한국은행 내부망(on-premise)에 네이버클라우드의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를 토대로 실제 업무에 활용되는 AI 서비스는 한국은행 직원들이 직접 개발했다. 현재 BOKI는 조사·연구 지원, 법규 및 내부 규정 확인, 개인 문서 활용을 지원하는 업무용 챗봇, 금융·경제 특화 번역, 한국은행 데이터와 AI를 연계한 금융·경제 데이터 분석 등 5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AI가 경제·사회 전반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고 언급하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도 다른 중앙은행 총재 및 감독기관장들과 가장 빈번하게 논의하는 주제 중 하나가 AI"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역시 통계·정보 수집 자동화, 거시·금융 분석을 통한 통화정책 지원, 지급결제 시스템 모니터링, 금융기관 감독과 금융안정 분석 등에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AI 도입이 다른 중앙은행과 구별되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소버린 AI'이며, 다른 하나는 '망분리' 문제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로, 국내 AI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금융·경제의 역사와 제도, 문화적 특수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소버린 AI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한국은행이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협력해 AI를 구축한 것은 민관 협력을 통해 국내 AI 산업을 한 단계 더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망분리와 관련해서는 "지정학적 특수성과 사이버 위협으로 인해 공공·금융 부문에서 망분리 정책이 유지돼 왔지만, 대규모 연산 자원과 클라우드 활용이 필수적인 AI 시대에는 기존 정책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활용과 망분리 정책은 더 이상 양립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국가정보원의 협력 아래 망개선 시범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돼 소버린 AI 구축과 망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최초의 공공기관이 됐다"며 "오는 3월 망분리 개선이 완료되면 한국은행 AI의 활용 범위와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AI 도입이 조직 문화 전반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AI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인간과 기계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 거버넌스가 핵심"이라며 "한국은행은 AI 도입 과정에서 약 140만 건의 내부 문서를 표준화했고, 앞으로 지식 자산을 통합 관리·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AI 도입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교훈을 내부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공공부문 전반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적극 공유하겠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대한민국 공공부문의 AI 혁신 확산과 AI 생태계 발전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