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프라 타당성은
비용부터 기술까지 난제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류가 지구 바깥을 처음 바라본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이제 그 시선에는 훨씬 더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심장인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지구 위에만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그리고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거대 자본의 욕망이 우주 궤도를 새로운 '부동산'으로 만들고 있다.
전 세계 빅테크와 우주 기업들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그 빈 공간을 두고 전례 없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바다 밑에 가라앉혀 본 데 이어 이제 지상 수백 킬로미터 상공의 궤도에 띄워 AI 클러스터를 돌릴 수 있을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아직 우주 데이터센터는 미래형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가까운 아이디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관련 보고서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 슬라이드를 뒷받침하는 현실의 숫자들은 갈수록 묵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공지능 연산에 들어가는 전력과 설비투자가 수조 달러 단위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태양광이 넘쳐 나는 우주라는 공간의 가능성을 탐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구를 돌고 있는 수천 기의 통신 위성 바로 옆에서 언젠가 AI 모델들이 조용히 연산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왜 지구 바깥으로 눈을 돌리나 = 데이터센터가 처음부터 우주로 향한 것은 아니다. AI 이전에도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는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그 성장은 지상에서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의 폭발 이후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한 번의 모델 학습에 들어가는 전력과 설비 투자가 과거 전체 서비스 몇 년치를 합친 수준까지 치솟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2030년대 중반까지 AI 관련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수조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거대한 전력과 설비의 문제는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미 여러 국가와 지방정부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물 사용량, 토지 문제를 둘러싸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신규 인허가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전력망의 여유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추가 데이터센터 건립이 전력망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주를 향한 발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저궤도(LEO)나 정지궤도에서 쏟아지는 태양광은 지상보다 안정적이고 강력하며, 이론적으로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과 AI 서버를 결합해 24시간에 가까운 발전과 연산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에 주민 반발, 토지 규제, 수자원 확보 같은 지상 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사라지는 공간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물론 그 대가로, 발사비와 방사선, 유지 보수라는 새로운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 머스크부터 구글까지 우주 인프라의 꿈 = 일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인류의 화성 이주를 이야기해 왔지만 최근에는 그 서사를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까지 확장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들은 이미 지구 저궤도에서 인터넷 인프라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고, 머스크는 궤도상 컴퓨팅과 AI 연산을 결합하는 구상에 대해 공개·비공개 자리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
머스크와 경쟁하는 제프 베이조스 역시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블루 오리진이라는 두 축을 통해 유사한 밑그림을 그린다. 베이조스는 장기적으로 대규모 제조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우주로 옮겨 지구를 '정원처럼' 쓰자는 구상을 오래전부터 이야기해 왔고,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역시 그런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이름도 나왔다. 2026년 초 구글 리서치는 '우주 기반, 확장 가능한 AI 인프라 시스템 설계'라는 기술 보고를 공개하며 저궤도 궤도상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개념 설계를 소개했다. 문서는 중력과 방사선, 발사비용, 통신 지연을 모두 고려해도 특정 조건 하에서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 계산한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차세대 인프라 설계의 한 시나리오로 우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이미 몇몇 스타트업들은 '인-오빗 데이터센터(in-orbit data center)'를 전면에 내세우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AI 도구를 이용해 수집, 분석한 보고서와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2020년대 후반에 수억 달러 규모의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2030년대 이후에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틈새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아직은 개념 영상과 데모 수준에 머물지만 우주와 AI를 키워드로 내세운 사업계획서는 이미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 해저에서 궤도까지, 이미 시작된 극단적 실험들 = 극단적 환경에서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보려는 실험은 이미 진행되기 시작했고, 상당 부분 성공적이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내틱(Project Natick)'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코틀랜드 인근 해저에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를 가라앉혀 2년 이상 운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해저에 놓인 서버들은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고장률이 낮았고, 온도와 전력 사용,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충분히 실용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업체는 이후 전략 우선순위 조정을 이유로 프로젝트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데이터센터를 물속에 담가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술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개념 증명이 시작됐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상용 서버를 탑재해 방사선과 무중력 환경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실험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 유럽과 미국의 연구기관 및 기업 컨소시엄은 2027년을 목표로 소형 위성 두 기에 AI 연산 모듈을 탑재해 저궤도에서 실시간 이미지 분석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동시에 인공위성과 지상 사이를 잇는 레이저 링크와 고속 무선 전송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스타링크와 일부 통신 위성들은 이미 레이저 링크를 통한 위성 간 통신을 실전에서 운용하고 있고, 여러 연구 보고서는 우주에서 대규모로 처리된 데이터의 요약본만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아키텍처를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구조가 가능해진다면 지구 밖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지구 인프라를 보완하는 하나의 레이어로 자리 잡을 여지가 생긴다.
◆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 = AI 도구를 이용해 여러 기술 보고서와 정책 연구를 종합하면 현재 우주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관념적인 설계와 소규모 파일럿 사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논문과 기술 문서에는 구체적인 시스템 다이어그램과 비용 모델, 위성 배치 시나리오가 등장하지만 실제 궤도에서 대규모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지상에서 1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위치와 설계에 따라 대략 수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일부 우주 기술 분석에 따르면, 현재 발사비와 우주 하드웨어 비용을 감안할 때 1MW급 궤도 데이터센터 모듈 하나를 설계·제작·발사하는 데 2억~5억달러까지 들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기가와트(GW)급 초대형 우주 데이터센터를 가정하면서 초기 투자비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발사비가 충분히 내려간다는 전제 하에 5~7년 안에 지상 대비 비용 경쟁력을 맞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한다.
기술적 난제도 만만치 않다.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 최신 GPU와 AI 가속기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열을 우주 공간으로 효과적으로 방출해 과열을 막는 냉각 설계, 수년마다 필요한 장비 교체와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데이터센터의 미래는 압도적인 전력과 냉각의 문제로 인해 지구 행성의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그 해답이 해저일지, 극지일지, 아니면 우주 궤도일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인공지능이 지금의 속도로 커진다면 결국 지구라는 행성 바깥까지 포함한 새로운 인프라 지도를 그려야 할 것이라고 빅테크의 수장들은 입을 모은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