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에 나서기 약 한 달 전, 일부 미국 석유업계 경영진에게 "준비하라(Get ready)"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석유업계 인사들에게 베네수엘라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카라카스 공습이나 마두로 체포 등 구체적인 군사 작전 계획은 공유하지 않았으며, 미국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노후 유전과 인프라를 되살리는 구상에 대해서도 사전 자문을 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전 신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축출 결정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 석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생산을 복원하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땅속에 묻혀 있는 막대한 부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기업들이 들어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완전히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베네수엘라를 위해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날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기업들과 베네수엘라에서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놓고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미 석유기업들과의 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라이트 장관이 이번 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계기로 주요 석유기업 임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마두로 대통령에게 망명 대안을 제시했지만, 마두로가 이를 거부하면서 군사 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6일 오전 2시) 맨해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마약 밀매 공모 등 자신에게 적용된 4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석유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셰브론 주가는 하루 만에 약 5% 상승했고,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도 각각 2~3%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WSJ에 따르면 셰브론은 당장 대규모 투자나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은 없으며, 정치적 안정성과 계약 조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약 3천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생산량은 하루 약 90만 배럴로 세계 소비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생산 회복은 경제 개선과 에너지 가격 안정, 이민 문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형 석유기업들은 아직 본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자산 국유화를 겪었던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재진출에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보호 장치, 법치 보장, 자금 회수 가능성, 정권 안정성 등이 선결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투자자문사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댄 피커링은 "베네수엘라에 진출하려면 현지 정부뿐 아니라 향후 미국 행정부 교체 이후에도 투자가 보호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SJ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유전 복구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당분간은 기존 생산을 유지하며 현지 직원 안전 확보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셰브론은 가이아나 대형 유전 개발과 멕시코만, 동지중해 등 다른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와의 수익성 경쟁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모든 미국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인프라 재건에 기꺼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투자 여부와 규모는 정치·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